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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김문기 후원금 받은 조전혁 의원 교과위 떠나야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저께와 어제 교과위 파행의 원인은 상지대 사태 증인 채택 문제. 상지대 비리재단의 복귀를 사실상 허용한 이우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위원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야당과 이를 거부한 여당이 팽팽이 맞섰습니다.

여야가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사안 때문에 다른 중요한 현안까지 다루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우근 사분위 위원장의 증인 채택은 꼭 필요합니다. 이번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상지대 사태를 국회에서 따져보기 위해서는 비리 전력 재단 인사들에게 상지대를 넘겨준 사분위의 결정을 되짚어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산하 사분위는 지난 8월 상지대에 정이사 8명과 임시이사 1명을 선임했습니다. 김문기 전 이사장 측이 정이사 8명 중 4명을 추천했고, 현 상지대 측이 2명, 나머지 2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천했습니다. 이종서 전 교과부 차관는 임시이사가 됐습니다.

언뜻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이 정이사에서 빠졌고, 9명의 이사 중 4명만 김 전 이사장 측 인사라 이사회 장악이 안 될 것처럼 생각됩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나중에 임시이사 1명을 김문기 이사장 측 재단이 추천한 정이사로 바뀌게 돼 있죠.

시간이 흘러 여론의 관심이 식은 뒤 김문기 이사장 측이 임시이사를 자기 쪽 사람으로 교체한다면 총 9명의 이사 중 5명의 이사를 확보한 옛 재단이 상지대 구성원들의 우려대로 상지대를 장악하게 되는 겁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정이사 8명 중 구재단 추천 인사 4명씩이나 선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8월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한 학생이 김문기 구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더욱 더 큰 문제는 김 전 이사장의 둘째아들 김길남 씨의 정이사 선임입니다. 김 씨는 상지여고와 상지중의 재단인 상지문학원 이사장으로 해당 교직원들을 근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상지대 관련 집회에 동원해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기관주의’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사분위가 김 씨를 정이사에 선임했다는 것은 김문기 전 이사장에서 시작된 비리재단의 세습을 인정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정이사가 되지 못한 김 전 이사장이 마음대로 상지대 문제에 개입할 확실한 고리를 확보한 셈입니다.

사분위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습니다. '왜 비리 전력 인사들에게 상지대를 넘겨주려는 걸까?' '그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나?' 등의 의구심을 국감에서 풀어내기 위해서는 이우근 사분위 위원장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여야가 당연히 이 위원장 증인 채택은 합의할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네요. 하루 속히 여야는 이 위원장을 국감장에 불러 상지대 이사 선임 문제를 따져 봐야 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국회 교과위 내부에 있습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상지대 사학 비리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 받았던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으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조 의원은 지난해 1월 김 전 이사장으로부터 후원금 5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구회 교과위원이 비리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니. 그리고 그 비리재단은 이번에 화려하게 부활했죠.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5일 오후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을 들어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 의원 측은 지난달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했지만, 믿기 어렵습니다. 5백만원은 한사람이 후원할 수 있는 최대 한도 금액입니다. 얼마나 많은 후원금을 조 의원이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인 최대 한도 후원금을 낸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설사 몰랐다고 해도 김문기 전 이사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부적절한 후원금입니다. 비리 재단의 후원금을 받은 조 의원이 비리 재단 복귀를 결정한 사분위의 문제를 잘 따질 수 있을까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비리를 저질렀던 인사의 돈을 받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최소한 조 의원은 교과위를 떠나 다른 상임위로 옮겨야 합니다.

상지대 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학생들의 삭발도 눈물도 단식도 철야 농성도 사분위의 퇴행적 결정과 교과부의 외면 속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학생들과 교수들은 새 정이사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투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증인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있고 더군다나 여당의 한 교과위원은 비리재단 인사의 돈까지 받았습니다. 상지대 사태에서 만큼은 '공정한 사회'를 찾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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