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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울광장 법적 대응? 시민 뜻 무시하는 '오세훈 시정'

서울시의회가 그저께 오전 서울광장 확대 개방 조례안를 공포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자 시의회 의장이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공포 권한을 행사한 겁니다. 서울시의 반발로 지난 10일 시의회가 조례안을 재의결한지 17일 만입니다.

이로써 오늘부터 시민들은 신고만 하면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사실상 금지됐던 집회나 시위도 서울광장에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의회는 다음달 임시회에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켜 운영위가 충돌이 우려되는 집회를 사전에 심의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보완장치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오른쪽)과 김명수 운영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광장의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서울광장조례개정안'을 시의회 게시판에 붙이며 공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관제광장을 열린광장, 시민광장으로 돌리라는 천만시민의 명령에 따라 서울광장조례 개정안을 공포한다"면서 "집회와 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위헌조례를 합헌조례로 돌리기위해 서울광장조례 개정안을 공포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조례안이 공포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울광장을 순순히 열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는 그저께 시의회의 조례안 공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법조계 전문가들과 논의한 뒤 오는 29일이나 30일 어떤 식으로 법적 대응을 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법적 대응이라뇨? 무엇을 법적 대응하겠다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을 위한 광장, 자유가 보장되는 광장은 상식입니다. 이 상식이 통하지 않은 서울광장을 열기 위해 서울시민 10만명이 광장조례 개정안 발의에 서명했던 겁니다.

서울광장 모습.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 시민들의 염원이 지난 6.2 지방선거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 서울시의회는 여소야대가 됐습니다. 서울시 자치구 대부분과 많은 시의원, 구의원들이 야당 소속으로 당선됐죠. 서울시장 선거도 아슬아슬 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개표 내내 한명숙 후보에게 뒤지다가 막판 신승을 거둔 것을 벌써 잊었나 봅니다. 당시 득표율이 47.43% 대 46.83% 였습니다.

오 시장은 당선 직후 기자들에게 "한나라당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 여러분께서 낙선하셨다, 시장후보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서울시를 여소야대로 만들어 주신 유권자 여러분의 뜻을 받들겠다"면서 "저부터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이 이런 다짐을 한지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도 시민의 대표 기관인 서울시의회의 조례안 개정을 거부하고, 재의결 뒤 공포까지 하지 않은 것은 시민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반민주적, 반시민적, 반의회적 불통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소감을 밝힌 뒤 서울광장을 지나 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디자인 서울'이요?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시민들의 자유가 보장되는 등의 기본적인 장치가 마련될 때 향유할 수 있는 겁니다. 시민의 뜻을 억누르는 상황에서 예쁜 디자인이 무슨 소용입니까.

이번 추석 폭우 때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광화문 광장 등 서울 도심이 잠기고 주택가가 침수된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무리 보기 좋은 디자인이라도 기본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시멘트 바닥은 시멘트 바닥이라는 것을.

오늘이나 내일 중에 서울시는 서울광장 개방에 대한 법적 대응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세훈 시정'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시민을 위한 길인지 말입니다. 불과 3개월 전에 오세훈 시장은 취임식 인사말을 통해 "소통의 시장, 통합의 시장, 미래의 시장이 되겠다"고 분명히 밝혔지 않습니까.

하지만 말만으로 소통과 통합을 할 수 없습니다. 서울광장을 시민들에게 여는 것,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 주는 것. 그게 바로 '소통의 시장', '통합의 시장'이 되는 길이고, 시민의 뜻을 받드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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