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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용두사미' 스폰서 특검 24억만 날렸다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의혹을 수사해온 특검 수사가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습니다.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오늘 오전 발표한 수사 결과는 앞선 검찰 진상조사단의 수사 결과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55일 동안 24억원을 들인 수사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초라합니다.

특검팀은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등 전ㆍ현직 검사 4명을 기소한다고 밝혔습니다. 특검팀은 한 전 검사장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혐의를, 현직 부장검사 A씨와 정모 검사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또 이모 검사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몸통으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면죄부가 주어졌습니다. 특검팀은 진정인이 낸 진정서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황희철 법무차관에 대해 '진정서를 정확히 확정할 수 없다, 진정서를 받았다하더라고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혐의없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검사 향응접대 의혹을 수사할 민경식 특별검사(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스폰서 검사' 특검 현판식에서 현판제막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김종남 특검보, 민경식 특검, 이준 특검보, 안병희 특검보). 출처 : 오마이뉴스

또한 특검팀은 박기준 전 검사장에 대해서도 '시효 내에 접대사실이 없고 지난해 6월 정씨와 식사한 것은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로 처분했습니다. 그렇게 특검의 수사는 끝났습니다. 허탈하게.

사실 이번 특검은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범했습니다. 'PD수첩'보도로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검찰의 비리 의혹이 검찰 진상위에서 면죄부를 받은 상황에서 특검은 수사를 시작했죠.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여당도 국민의 요구에 무릎을 꿇고 야당과 함께 특검법을 처리했습니다.

'스폰서 검사' 특검법이 6월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61인 중 찬성 227명, 반대 15명, 기권 19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렇게 '검찰 개혁을 기회가 될 것이다' '검찰의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등의 격려를 받으며 헌정 사상 9번째 특검 수사가 시작됐지만, 결과는 실망스럽습니다.

한승철, 박기준 전 검사장을 비롯해 특검에 소환된 전,현직 검사는 5명 정도였습니다. 소환은 했어도 범죄 혐의는 밝히지 못한 특검팀. '너무 살살 하는 것 아니냐'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 비판이 나올만 했습니다. 수사 의지 부족인지, 능력부족인지 모르겠지만, 특검팀은 기소를 위해 꼭 필요한 대가성을 입증하는 자료도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

또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파견된 검사들과 검찰 조직 출신이 아니었던 특별검사보간의 갈등까지 노출하며 자멸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특검팀의 유일한 성과는 서울고검의 전직 수사관 2명과 이들의 감찰기록을 유출했던 수사관 등 5명을 건설업자로부터 4000만원 정도의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한 겁니다.

국민이 특검에게 바라고 있었던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조치는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특검팀의 수사 의지와 능력 부족으로 검찰이 보여준 병폐와 악습을 타파할 기회를 날려버린 겁니다. 검찰에 이어 특검조차 비리 검찰에 면죄부만 준 꼴이 됐습니다.

이렇게 특검팀이 검찰 진상위와 비슷한 결론을 낼 거였다며 애당초 수십 억원을 들여 특검을 도입하지 않았겠죠. 특검의 속시원한 수사 결과를 기대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나 봅니다. '특검도 실체적 진실 규명을 할 수 없다'는 일각의 비판처럼 특검의 한계만 확인했습니다.

답답합니다. 검찰도, 특검도 밝혀내지 못한 진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는 불가능한 걸까요.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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