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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보름만 김치 참아라? 적반하장 여당대표 사과부터 해야

어제 예전에 스터디를 같이 했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화제에 오른 게 배추값. 아직 살림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라 김치를 직접 담그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직장에서 '비싼 김치'를 체감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직장 식당에서 배추 김치가 메뉴에서 사라졌고, 근처 식당에서도 배추 김치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회사 식당에 얼마 전부터 배추 김치가 안 나와."
"근처 식당에도 배추 김치는 찾을 수 없더라."
"배추값이 비싸긴 비싼가봐. 언제까지 못 먹는 거냐?"

언제쯤 친구들 직장에서 배추 김치를 볼 수 있을까. 저도 너무 궁금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저께 여당 원내대표가 했더군요. 보름만 참으면 된다네요.

배추값 폭등으로 인해 포장김치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가운데 9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에 '업체측 공급사정으로 인해 1인당 1박스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그저께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해보름 정도만 기다리면 새로운 물량이 투입된다면서 "보름 동안은 김치 같은 것 드시고 싶더라도 좀 참아달라"고 말했습니다.

홍지명
국회 국정 현황에 대해서는 이쯤 해 두고요. 민생 현황과 관련해서 질문을 좀 드리면 최근에 배추 값 때문에 난리입니다. 오늘 정부에서 대책이 나온다고 합니다만 당 차원이나 당정 간의 추가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게 있는지요.

김무성
배추 값이 많이 오른 것에 대해서는 여기에 적절한 대책을 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을 저도 지금 지적을 하고 있고요. 10월 중순, 한 보름 정도만 기다리면 새로운 물량이 투입이 됩니다. 배추 값이 안정된다는 것이 어저께 저희들이 점검해 보니까 확실해졌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보름만 힘드시더라도 기다려주시고, 보름 동안 김치 같은 것 드시고 싶더라도 좀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보름 정도 뒷면 완전 수그러든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 맞는지 두번, 세번 다시 확인하게 되더군요. 보름만 김치 먹는 것을 참아달라니. 민생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의 대표가 할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김 원내대표는 성난 민심을 어떻게든 달래기 위한 취지에서 한 발언이겠지만,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사실 이상기온이나 폭염, 폭우로 인해 채소값이 급등할 거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당연히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이 혼란을 겪지 않게 했어야 합니다. 그게 정부와 여당의 할 일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아예 물량이 없어서 김치를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분명히 민생을 챙겨야 하는 정부와 여당의 직무유기입니다. 지금 부랴부랴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최근 배추를 비롯한 주요 채소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9월 30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온 한 시민이 채소의 가격과 품질를 살펴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중국 배추가 들어오고 고랭지 채소가 조기 출하되면 배추의 가격은 포기당 5천원에서 6천원 사이가 될 거라고합니다. 10월 중순에 가을 배추가 나오면 가격은 더 떨어지겠죠. 그래도 제 생각에는 한 포기에 1천5백원 수준이던 지난해 가격보다는 높을 것 같습니다.

서민들은 배추가 출하된다고 해도 비싸서 사먹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서민들은 보름이 아니라 한달, 두달 넘게 김치를 마음껏 먹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민들이 김치를 먹고 싶어도 보름 이상 참아야 된다면 여당 대표는 또 어떤 말을 할까요.

여당 원내대표는 김치를 먹고 싶어도 참으라는 말보다 먼저 사과를 했어야 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였습니다.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는 없이 참으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기가 막힌 일입니다. 적반하장입니다.

안타깝습니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한다고 하면서 이럴 때는 국민들에게 일방통행식 요구만 하고 있네요.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도 참으라고 할 건가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여당 원내대표는 민생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그게 여당 원내대표의 책임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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