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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강용석 제명하겠다더니, 조용했던 의총

지난 9일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강용석 의원이 낸 재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윤리위원 9명은 만장일치로 "(제명이라는) 원심의 결정이 적절하게 이뤄졌으며, 청구인이 제출한 사유 가운데 어느 것도 재심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윤리위는 강 의원이 밝힌 재심 사유가 어떻든 간에 당과 국회의원의 위신과 품위를 떨어뜨린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날 강 의원에 대한 징계는 제명으로 확정됐고, 의원총회 결정만 남겨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윤리위 결과를 브리핑했던 안형환 대변인은 의총이 열리는 시기에 대해 '휴가철 외유 중이거나 지역구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많아서 상임위가 가동되는 23일 이후 의총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을 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그런데 어제 오랜만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의총이 열리기만 하면 바로 제명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더니 의총에 올라온 안건에는 강용석 의원 제명에 대한 논의가 아예 빠졌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총이 비공개로 바뀔 때까지 지켜봤지만, 강 의원에 대한 논의는 없었습니다.

한나라당에는 강 의원을 제명시키겠다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물론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강 의원 제명에 대한 것은 의원들이 찬반 의사만 표시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찬반 토론이 필요했다고 해도 그렇게 시간이 걸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강 의원의 사건이 불거졌을 때 발끈했던 한나라당의 기류가 변했다는 것은 벌써부터 감지됐죠.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젊은 의원이 해서는 안 될 실언을 한 것으로 본인이 뉘우치고 있다' '앞으로 주의를 하도록 징계하되 의원직은 유지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른 당직자의 '실언으로 제명은 심했다' '의총에서 강 의원을 몰아세우는 것은 조금 그렇다' 등의 발언을 언론을 통해 했었습니다.

국회 윤리위원장을 만나 강용석 의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아나운서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강 의원의 사건이 7.28 재보선을 앞두고 터지자 속전속결로 제명 결정을 내렸던 모습과 비교해보면 극과 극입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양파 총리'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게 가 있으니 강 의원의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걸까요? 아니면 동료애를 발휘해서 강 의원이 알아서 당적을 버려주기를 바라고 있는 걸까요? 국회 차원의 강 의원 징계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국민들은 아직 강용석 의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7월에 결정된 제명을 아직까지 처리하지 않고 9월로 넘긴 한나라당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성들과 아나운서 등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안겨 준 강 의원의 제명 처리를 계속 미룰 수만은 없습니다.

창피한 일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국회의원의 위신과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9월 1일 본회의를 앞두고 의총이 열리겠죠. 한나라당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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