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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쇠사슬' '고공농성'으로 버틴 4년, 결국 여승무원이 웃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제 서울중앙지법은 KTX 여승무원 34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최승욱)는 여승무원들에 대해 “이들은 철도공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고, 해고 때부터 복직할 때까지의 월급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4년이라는 긴 투쟁의 끝이 보입니다. 이 여승무원들은 2년 뒤 정규직화 약속을 믿고 2004년 입사했다가 2006년 코레일이 정규직화 대신 자회자로 이적을 시키자 이를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해왔습니다.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을 기억하시나요? 단식 투쟁은 물론 고공 농성까지 벌이며 처절한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2008년 추석 연휴 때는 서울역에서 온 몸을 쇠사슬로 묶고 버텼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쇠사슬을 몸에 묶은 KTX 여승무원.


당시 취재했던 내용을 보니 안타까운 승무원들의 하소연이 있네요. '집에 가고 싶다'는 말에 너무나 가슴이 시렸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제대로 된 KTX 승무원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집에 너무 가고 싶어요. 벌써 (이 상태에서) 5번째 맞는 명절인데...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식구들이랑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래서 추석 전에 해결하기 위해 고공농성도 들어갔는데 그런 안을 가지고 온 거 있죠."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집에도 못 가고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승무원들. 그들의 힘겨운 투쟁에 마침표를 찍게 되어 너무나 다행입니다. 그동안 사회적인 관심이 적어져서 힘이 들었다는 승무원들이 이제 활짝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KTX 여승무원들의 승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여승무원들에 대한 판결은 승무원들에게도 잘된 일이지만, 앞으로 불법파견 등을 당해온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판결입니다.

서울역 안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었던 여승무원들.


말 그대로 똑같은 일을 하면서 차별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 그러니까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위장도급, 불법파견 형태로 일하고 있는 상황에 해당됩니다. 아무리 불법파견이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라도 원청업체에서 2년 이상 일하면 원청업체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속 시원합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전염병처럼 번져온 불법파견 등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바로 잡혀 나가야 합니다.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게 '공정 사회'의 출발점이겠죠. G20 정상 회의를 개최한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차별없이 함께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2년전 추석에도 집에 못 내려갔던 여승무원들.


이제 공은 코레일에 넘어갔습니다. 코레일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고 당장 KTX 승무원들을 복직시켜야 합니다. 4년 동안 여승무원들이 흘린 눈물을 보상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 등으로 시간 끌기에 나서서는 안 됩니다. 코레일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문득 2년 전 서울역에서 만났던 승무원들이 입고 있던 노란색 티셔츠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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