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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40대 젊은 서민 총리라더니, 김태호 총리후보에게 실망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습니다.

이틀에 걸쳐 실시된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각종 의혹과 부도덕한 행위로 얼룩졌습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을 '소장수의 아들'로 소개하며 서민 이미지를 부각시켜왔지만, 청문회를 거치면서 '까도 까도 계속 의혹이 나온다'는 뜻의 '양파 총리'라는 오명까지 얻었습니다.

모든 의혹에 대해 근거없다고 부인하던 김 후보자는 야당이 추궁하자 은행법 위반을 비롯한 도청 직원 가사 도우미와 부인의 관용차 사적 사용 등을 시인하고 사과했습니다. 특히 도우미와 관용차 사용 부분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처벌도 가능합니다.

(가사도우미 문제) "잘못된 해명인 것을 인정합니다. 혼사 사는 사택에 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관용차 사적 사용 문제) "운행일지에 기록돼 있다면 (사적 사용을) 인정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든 부분이 있다면 환급하겠습니다."

(재산 등록 누락 관련 문제) "세심히 챙기지 못한 불찰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아내가 2004년 경남도청 과장 출신의 강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민주당 이용섭 의원의 의혹제기와 관련, 이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 후보자의 적반하장식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부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이용섭 민주당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해 야당으로부터 '품성에 문제가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애초부터 총리께서 겸손하지 못합니다. 국민을 섬기겠단 말과 실체가 다르단 것 여러군데서 발견한 바 있습니다."(박병석 민주당 의원)

"저도 인사청문회 받으면서 수없는 날을 잠 못 잤습니다. 그래도 후보자처럼 청문위원한테 '우리 와이프한테 사과하십시오' 그런 건방진 얘기 한번도 해본 적 없습니다."(이용섭 민주당 의원)

"국무총리로서 갖춰야 할 품성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4800만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총리는 어떠한 비판과 비난도 아량으로 수용하고 해야 합니다."(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

김 후보자는 소통과 통합을 강조하며 자신을 40대 젊은 서민 총리로 포장했지만,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김 후보자의 불통과 특권의식은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총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한 질의를 듣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더 큰 문제는 김 후보자의 말바꾸기입니다.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김 후보자는 박 전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말을 바꾸었습니다. 청문회 첫날에는 '2007년 전에는 박 전회장과 일면식도 없다'고 하더니 어제는 '2006년 가을쯤 만난 것 같다'고 발언을 뒤집었습니다. 그것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두 사람이 2006년 10월 골프장을 이용한 기록을 내놓자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며 말을 바꾼 겁니다.

여야 모두 기억력을 탓하며 말을 바꾼김 후보자를 향해 '나이가 50도 안된 분이 정말 그렇게 기억력이 없다면 총리 자격이 없다' '어제는 몇 번을 확인할 때마다 2007년이라고 했으면서 그게 착오냐' '야당 의원이 2006년 골프를 친 사실을 추궁하니까 기억이 난다고 하는데 후보자의 기억력에 화가 나려고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또한 김 후보자는 대북 문제와 관련, '북한이 천안함 사고에 대한 사과를 하면 (홍수 피해) 쌀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틀 동안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40대 젊은 서민 총리라는 기대를 받은 터라 깨끗한 과거, 젊고 역동적인 미래를 기대했는데 무엇 하나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불법과 말바꾸기로 얼룩진 도덕성만 확인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김 후보자를 인준하고, 청와대가 총리로 임명한다면 국민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듭니다. 소통과 통합을 강조한 '공정 사회'는 절대 오지 않을 겁니다.

청와대는 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밝혔던 대로 '지역·세대·계층간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내각에 활력과 역동성을 불어넣으면서 창의적, 미래지향적인 국정운영을 주도해 나갈' 총리를 새로 지명해야 합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리에게 국정을 맡긴다면 정부는 물론 국민도 불행해 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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