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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경찰서 유치장 인권침해에 대처하는 법

현재 교도소나 구치소에 대한 인권 상황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인권단체들의 노력과 사회적 관심 등으로 처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데요.

이에 비해 경찰서 유치장은 피의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유치장은 짧은 시간 동안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별다른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2년 전 8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연행된 여성들에게 경찰이 자살 위험성을 내세우며 상의 속옷을 탈의하게 한 사건. 이  사건이 기사화가 돼서 논란이 일어났었는데요. 여성들에게 모멸감은 준 것이 문제가 된 거죠.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상의 속옷을 탈의하게 한 후 아무런 보완적 조치 없이 약 48시간을 유치장내에서 생활하게 하고 경찰조사를 받도록 한 것은 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탈의 자체는 정당화하면서 보완조치를 권고했다는 점에서 경찰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모습.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데 자살 위험성 때문에 탈의를 시킨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의 유치장에서 자해나 자살 사건 자체가 적고, 그 중에서도 상의 속옷을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렇게 유치장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소홀히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요.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망감시시설인 부채꼴형 구조, 신체검사, 열악한 거실환경, 프라이버시를 보장하지 않는 화장실, 불가능한 운동 및 목욕, CCTV 설치, 열악한 채광․통풍․조명

이와 같이 열거해보면 꽤 많은 부분이 피의자에게는 불편한 채로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인권 침해를 느낀다고 해도 막상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도 막막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적인 대처를 해야 하는지, 국가인권위원회나 인권단체에 연락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짧은 시간이니까 '참자'라는 대응이 제일 많겠죠.

다행히 이번에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처법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만든 '2010 유치장 인권매뉴얼'이 바로 그것인데요. 천주교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전문을 다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cathrights.or.kr/bbs/list.html?table=bbs_6&idxno=15911) 여기에는 유치장 관련 국제인권기준, 현행 법령, 판례, 결정례 등 참고자료와 함께 유치인이 흔히 겪는 개별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그동안 어떤 대응 노력이 있었는지를 담겨 있습니다. 또한 아직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제기해야 할 인권 과제와 함께 고소·고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권리구제절차도 설명돼 있습니다.

대전교도소 전경. 촬영 : 오마이뉴스 장재완

예를 들어  볼까요. 앞에 든 자살 위험성을 들어 피의자의 물건을 압수한 경우, 어떤 이유로 자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지 해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해당 물건이 자살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또한 해당 물건이 자살에 사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경찰은 해당 유치인이 받고 있는 혐의와 체포시 상황을 고려할 때 유치인이 왜 자살을 선택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유치인보호관이 해명하지 못한다면 압수 조치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하죠. 물론 유치인이 끝까지 거부하면 경찰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물건을 빼앗길 수밖에 없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나 국가배상청구 소송 등 사후 대응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번 인권매뉴얼에는 유치장의 일반 현황과 유치인 처우의 인권 원칙이 담겨 있습니다.  △신체검사 △소지품 압수 △수갑과 포승 △화장실, 샤워실, 난방 △CCTV △욕설, 가혹행위 △접견 △심야조사 △식사 △종교의 자유 등 각 상황별 사례와 대응 방안을 자세히 볼 수 있죠.

우리가 잘 몰랐던 인권 침해를 간접 경험할 수 있고, 또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는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시간 나실 때 우리나라 인권 의식 향상을 위해 한번 읽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권은 국가기관이 나서서 신상시키거나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외치고 인권단체가 주장했을 때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갔죠. 유치장 인권 침해 문제에도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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