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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영포회'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조직 끝내 살아남나

어제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이 정운찬 총리와 만나는 자리에 다녀왔습니다.

총리실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회' 관련 의혹이 총리실 자체 조사에서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리실이 비선라인을 통해 보고하는 등 공직기강을 무너뜨린 조직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주장을 다 듣고 난 정 총리는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정 총리는 비판의 대상이 된 총리실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 "진실을 은폐하거나 국민을 속이려 한다든지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어 여러분들이 조사 결과에 대해 만족 못하실 수도 있지만 더 조사할 게 있으면 더 조사하겠다, 기다려달라"고 설명했습니다.

5일 오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입구에서 한 직원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국무총리실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을 비롯한 관련 직원 3명을 직위 해제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상황에 따라서는 총리실이 더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이미 총리실은 직원들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조사밖에 하지 못한다고 못박은 바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어떻게 해서 구성됐고 이 인원을 배치한 사람이 누구고, 구성원은 영포회와 어떤 관련이 있고,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보고가 돼서 영포회가 어떻게 배후에서 했는지 총리실에서 밝혀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정 총리는 '영포회'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하더군요.

이어 정 총리는 문제가 된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직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업무 매뉴얼이 제대로 돼 있나 살펴보고 조직의 인적 구성에 변화도 꾀할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대했던 말은 끝내 나오지 들지지 않더군요. 정 총리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해체하겠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정 총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총리실 산하에 있으면서도 비선라인으로 활동해온 조직의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6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정운찬 총리.

조직을 유지한 채 구성의 변화, 인적 변화를 준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까요. 공직윤리지원관실은 태생 자체가 의혹 투성이 입니다. 말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이지 마치 옛날 '사직동팀'을 떠올리게 합니다.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만 봐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국민의 인권과 공직 기강을 유린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습니다.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을 사찰하고 그 사찰 내용을 비선라인을 통해 보고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제 정 총리의 말을 들어보면 그 조직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네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조직을 변화시킨다고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직 기강을 무너뜨린 조직은 조직에서 제외돼야 합니다. 정 총리가 잘못 판단했습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해체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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