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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사찰 피해자'에 '색깔론'? 정신 못차린 여당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어제 어이 없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죠.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어제 논평을 통해 MBC <PD수첩> 방영 당시 피해자 뒤에 있던 책들이 가려진 것을 가리키며 "PD수첩이 이 서적 제목들을 감추려고 한 것은 김 씨가 '평범한 시민'이나 '평범한 은행원 출신 사업가'가 아니라 특정 이념에 깊이 빠진 편향된 사고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습니다.

"PD수첩이 가린 김종익 씨 소유의 서적 제목은 <혁명의 연구>, <김일성과 민주항쟁>, <조선노동당 연구>, <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5일 오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또한 조 대변인은 "김 씨는 노사모 출신으로 이광재 전 의원의 선거운동을 했고 권력의 후광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사람이다"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고 광우병 시위를 부추기는 등 반정부 활동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피해자 김종익 씨가 어떤 책을 읽는지를 문제삼아 <PD수첩>의 보도와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본질을 묻어버리겠다는 것 같습니다. 또 김 씨가 '노사모'였고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선거를 도운 것까지 들고 나왔네요.

어제 논평을 보면 한나라당이 '영포회'와의 연관성 등 청와대까지 겨냥하고 있는 이번 사안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피해자가 '민간인'이 아리나 '좌파' '특정 이념에 빠진 사람'으로 폄훼하려는 겁니다.

요 며칠 사이 한나라당 내에서도 "통곡하고 싶은 심정"(정두언)이라는 등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었는데 '색깔론'을 들고 나오며 다시 거꾸로 가는 모습입니다.

7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나온 김종익 씨.


하지만 본질은 하나입니다. 국가 권력 기관이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것이죠. 그 사찰로 인해 국민의 삶이 파괴되고 가족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어제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온 피해자 김 씨는 "멀쩡한 한 국민이 권력에 의해서 국가기구에 의해서 삶이 완전히 파괴돼버렸고 지금도 힘든 과정 겪고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고 보상을 어떻게 하고 보호를 하겠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며 국가에 의해 파괴된 삶은 굴가가 계속 방치한다면 누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 할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여당은 통제되지 않는 국가권력의 문제라는 본질을 무시하고 피해자에게 '색깔론'을 덧칠하고 있습니다. 21세기가 됐는데도 녹음 테이프 돌리듯이 반복되고 있는 '색깔론'을 볼 때마다 씁쓸합니다. 여당은 철 지난 '색깔론' 공세를 그만두고 진실을 밝히는 데에 협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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