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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참혹했던 우면산 산사태, 역시 인재였다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이번 여름 우면산 산사태. 오늘 보도를 보니 역시 인재였더군요.

보도에 따르면 이수곤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기술위원회 한국대표가 이번 우면산 산사태 전인 지난해 11월 26일 이미 서울시에 산사태 대책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가 서울시장 비서실에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300여 개 위험 지역과 지난해 9월 21일 실제로 발생한 80여 개 산사태 지역이 서로 일치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건넸지만 별 응답을 받지 못했다네요.

이 대표가 제출한 '서울 일원의 산사태 현장답사 결과 및 정책제안'에는 '서초구 우면산 일대에서 5군데 산사태는 산 정상의 공군부대 옆에서 발생했다' '토석류와 나무 3,000그루가 뽑힌 것들이 하부 계곡을 따라 800m를 흘러가 하부 배수구를 막고 범람해 하부 남부순환로와 방배동 주택가 쪽으로 200m까지 더 흘러가서 아파트 차량들과 주택에 침수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면산 산사태에 허가 된 아파트.


특히 보고서는 '상부에서 산사태로 인한 토석류 및 나무들이 하부로 흘러가서 배수로를 막아 물이 역류해 하부지역을 침수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곡 중간중간에 토석류와 뽑혀진 나무를 걸러주는 사방댐 및 토석류 유입까지 충분히 감안한 배수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보도서는 '매년 붕괴가 반복되고 있는데 공원녹지과 주택과 토목과 등 관할 부처간에 눈치를 보며 예방 시스템이나 조직을 갖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21일 폭우로 서울 일원에서 80여 군데 사면붕괴가 발생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사망사고가 없다고 덮혀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철골까지 드러난 아파트.


만약 이 보고서의 지적을 참고해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예방에 나섰다면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보도에 나온 서울시의 해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난해 (이 대표로부터) 보고서를 건네 받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제안이 거칠어 바로 구체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무시했던 서울시의 해명은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이번 산사태 때 만난 주민들은 지난해 추석 서울 집중호우 이후 중장비가 산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에 대해 '수해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항의했지만, 서초구청은 책임을 떠넘기며 민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벽까지 뚫고 들어온 토사.

아파트 복도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모습.


지금도 우면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로 초토화됐던 아파트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 분명히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었지만, 직접 둘러본 현장은 도무지 아파트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도로 건너편 우면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나무가 아파트를 뒤덮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산사태가 난지 이틀이 지나서 많이 복구됐을 줄 알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진흙과 나무 뿐이었습니다. 아파트에 엄청난 토사를 흘려 보낸 우면산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었습니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엄청난 재난을 방치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철저한 예방대책을 제시해야겠죠. 이런 집중호우가 1백년에 한 번이 아니라 이제는 매년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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