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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대학생은 5백만원짜리 눈물, 사립대는 10조 적립 '속상해'

10조.

참 큰 돈이죠. 이렇게 많은 돈이 국내 사립대학에 쌓여 있다고 합니다. 지난 25일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에서 공시된 2010 회계연도 교비회계에 따르면 국내 사랍대학들의 누적 적립금이 10조 원을 넘었습니다. 정확히 10조903억5천710만 원이라고 하네요.

10조 원이 넘은 건 처음이죠. 지난해 2009 회계연도의 누적 적립금 총계가 9조500억여 원이었으니까 7.9%나 증가한 금액입니다.

이화여대가 적립금 6천5658억 원을 쌓아둬 가장 적립금이 많은 대학이 됐더군요. 그 뒤를 연세대, 동덕여대, 청주대, 고려대 등이 따르고 있습니다.

10조 라니... 이렇게 많은 돈을 적립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요. 학생들은 등록금 때문에 교육 현장 대신 돈을 벌러 다니는데 학교는 '돈쌓기' 놀이를 하고 있는 꼴입니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12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경찰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2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학생들은 5백만원짜리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이 채 잊혀지지도 전에 나온 2학기 등록금 고지서. 5백만 원이라는 돈이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지난 13일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을 경찰은 한명씩 한명씩 끌어냈습니다. 대학생들을 이에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결국 시위에 나선 75명 모두 연행됐습니다.
"우리들을 죽이지 마라"고 울분을 토하는 학생들. 탈진해 쓰러진 여학생. 사지가 들린 채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남학생. 국회는 전쟁터였습니다.

한 여학생은 끌려나가기 전 "한나라당은 스스로 반값등록금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총선 때, 대선 때 이용해먹고 이제 와서 발뺌하는 게 사람의 도리인가"라며 "처음에 안하겠다고 했으면 국민들이 표를 줬겠는가"라고 절규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의 국회 앞 기습시위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나 간절하기에 이렇게 필사적인 행동에 나섰을까.

지난 13일 국회기습시위에 나선 대학생들. 출처 : 오마이뉴스


한 학생이 들고 있던 피켓에 적힌 2011년 2학기 등록금은 5백1만4천 원. 제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도 비싸더군요.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이 5백만 원을 한 학기 등록금으로 낼만한 여력을 갖고 있을까요.

결국 학생들은 공부하는 시간보다 돈버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를 다리려면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알바 전선'에 나서야 하죠. 공부하러 대학갔다가 일만 하는 셈입니다.

반값등록금을 약속했던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제 학생들의 시위 현장에는 야당 의원 몇 명만 나왔을 뿐 여당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정치권. 좋습니다. 다 좋습니다. 어려운 사람들 도와야겠죠. 비싼 등록금에 고통받고 있는 대학생들도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위 도중 연행되는 여학생. 출처 : 오마이뉴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힘들게 만드는 등록금. 언제쯤 허리 펴고 학생답게, 학부모답게 살 수 있을까요. 안타깝기만 합니다.

너무 속상합니다. 5백만원짜리 고지서를 받고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순간에도 사립대들은 돈을 쌓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사립대들이 깨닫고 '돈쌓기' 놀이 대신 반값등록금 실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10조 원이라는 돈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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