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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보스턴 미술관에서 본 '독도' 부끄러웠다

오늘 오전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호스텔에서 걸어서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더군요. 교통비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티켓을 사고 배낭을 맡기고 들어선 3층짜리 미술관. 먼저 멋있는 천장과 깨끗한 복도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오전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지나면 넓은 홀이 나오는데요. 간단한 샌드위치와 각종 음료를 파는 레스토랑을 지나 3층으로 먼저 올라갔습니다.

3층에는 잭슨 폴락과 같은 20세기 미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현대 작품도 그 옆에 있고요. 그 아래층에는 모네, 르느와르, 드가, 고갱 등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보스턴 미술관의 모습.

보스턴 미술관 매표소.


1층에는 고흐를 비롯해 피카소와 마티스가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빛을 아름답게 표현한 모네의 작품들과 고흐의 강렬한 붓터치가 좋더군요.

보스턴 미술관에 미국과 유럽의 회화 작품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집트 고대 무덤에서 나온 각종 유물들, 아프리카 지역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레스토랑이 있는 홀.


또한 아시아관도 마련돼 있더군요. 일본 작품들과 유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의 전시실도 있었습니다. 일본관만 있는 줄 알았는데 'Art of Korea'라는 배너와 한반도 지도를 보니 무척 반갑더군요. 독도도 표시돼 있었고요. 전시실이 좁고, 전시된 작품이 얼마 없다는 게 아쉽기는 했습니다.

19세기 유럽 미술 작품 전시실.


그런데 한반도가 그려진 지도가 조금 어색하더군요. 그래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이럴 수가. 한반도 옆에 'DOKDO'라는 글자와 원이 인쇄된 게 아니더군요. 누군가 펜으로 낙서를 그려 넣은 것이었습니다.

한국관 입구에 걸려 있는 지도.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독도를 알리는 것도 좋지만, 미술관에 걸려 있는 지도에 마음대로 낙서를 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에 누군가 한 낙서.


독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주도에도 볼펜으로  'Jejudo'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한국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한반도 지도에 낙서가 돼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한국관에 전시된 도자기를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조선, 고려 시대의 도자기 등이 전시돼 있는 한국관.


미술관을 다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지도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우선 미술관 직원에게 한국관 지도에 낙서가 돼 있다고 얘기하고 왔습니다. 직원은 체크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도를 바꿀 때 독도를 표시하는 걸 고려해 달라'는 부탁은 못했습니다. 차마 함께 얘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표시돼 있는 건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오늘 보스턴 미술관에서 본 '독도'는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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