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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훈련병은 아프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지난 4월 논산훈련소 훈련병의 사망 당시 훈련소에 전염병 사태가 있었네요. 하지만, 군이 병원의 진단을 무시해 결국 안타까운 훈련병이 사망하게 됐다고 합니다.

보도를 보니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훈련병을 포함해 당시 훈련소에 뇌수막염 환자가 3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첫번째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병원이 권고한 대로 전 훈련병에게 예방약을 투여했다면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군은 병원의 권고를 무시하고 첫번째 환자 주변 훈련병들에게만 예방약을 줬다고 합니다.세번째 뇌수막염 나서야 부랴부랴 전 훈련병에게 예방약을 투여했다고 하는데 이미 늦었죠. 군의 잘못된 판단이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관련자들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논산훈련소 훈련병들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이번 보도를 접하면서 저의 군대 훈련병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왜 그렇게 훈련병들이 아프다고 하면 군대에서는 믿어주지 않던지 너무 답답했습니다.

저는 춘천 102 보충대로 입대해 강원도 모 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습니다. 자대 배치 전에 부대 산하 훈련소에서 6주 훈련을 받았죠. 제 또래 나이보다 늦게 군대를 가는 바람에 그런지 훈련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강원도에서 처음 맞는 겨울이라 무척 춥게 느껴졌습니다. 내복을 꼬박 꼬박 껴입고 훈련을 받았는데도 추웠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었는데 중간에 몸살이 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조교에게 얘기를 했죠.

"몸살이 난 것 같습니다."
"그래? 훈련병이 아플 틈이 어딨나!"
"날씨가 추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너만 춥냐? 가서 개인정비나 해!"
"...."
"이마에 열도 없네! 꾀병 부리는 거 아냐?"

약도 못 얻은 채 욕만 얻어 먹었습니다. 어떻게 됐냐고요? 뭐, 제 주변 침상에 있는 여러 '전우'들이 감기에 걸렸죠. 여기 저기서 콜록 콜록 소리가 나는데도 끝까지 약은 안 주더군요.

아, 이미 10년도 더 된 얘기네요. 감기와 뇌수막염은 비교할 수 있는 병이 아니겠지만, 훈령병을 대하는 군대의 태도는 그대로인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부모님! 믿고 맡겨 주십시오'가 유독 눈에 잘 들어온다. 육군 홈페이지(http://www.katc.mil.kr/) 캡쳐화면.


다 귀한집 아들들입니다. 집에 있을 때 아플 때 약 먹고, 병원 갑니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입대했으면 나라에서 책임지고 약 먹이고 병원에 보내는 게 당연합니다. 무엇보다 군에서는 갓 입대한 훈련병들을 제일 잘 챙겨야 하는데 아직 모자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집 떠나와 제일 서러울 때가 아플 때입니다. 특히 군대는 더 하죠. 군대에서 얼마나 서럽습니까. 훈련병이 아프다고 하면 믿어주고, 전문 병원에서 권고 내리면 따르는 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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