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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초딩들에게 총쏘기 체험 꼭 시켜야 했을까

오늘 언론 보도를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더군요. 전북 진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달 31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총쏘기 체험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실체 총을 만져보는 것도 모자라 총을 장전하고 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네요. 특히 서바이벌용 총으로 과녁을 향해 사격 연습까지 했답니다. 전쟁 연습, 군사 훈련이 따로 없습니다.

왜 이런 교육을 실시했을까? 명목은 '안보교육'. 이 초등학교는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현역 군인을 불러 안보교육을 했습니다.

언뜻 들으면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안보를 위해서니까요.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무기에 대한 사용법을 교육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꽤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각종 무기를 만져보는 초등학생들.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런 '안보교육'은 하책에 불과합니다. 안보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무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 대신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교육하는 게 더 절실합니다.

특히 총을 손에 쥔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뭐, 장난감 총에 불과한데...' 라고 얕봤다가는 큰일 납니다. 아이들에게 전쟁의 무서움을 감추는 도구가 이 장남각 총이 될 수 있습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는 BB탄 총을 한 번씩은 갖고 논 경험이 있을 겁니다.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상대방을 향해 총을 겨누었었죠. 그때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총을 겨뉴고, 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행동인지 깨닫게 됐죠. 평화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놀이를 한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보도를 보니 지난달 25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방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올해 20만 명의 학생들의 군부대 시설을 방문을 실시해 안보교육을 시키고, 군인을 학교 강사로 참여시겠다고 합니다. 교사들의 군부대 체험도 실시될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더군요.

"'유엔 아동권리 협약'은 "아동은 국제연합헌장에 선언된 정신 특히 평화, 존엄, 관용, 자유, 평등, 연대의 정신 속에서 양육되어야"하며, 아동교육은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집단 및 원주민 등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 평화, 관용, 성(性) 평등 및 우정정신에 입각한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협약은 아동의 군사 활동 참가를 매우 적극적이고도 강하게 배격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1년 이러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가입국으로서 협약의 규정들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

총쏘기 체험을 하는 한 초등학교 학생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군부대 방문이나 아이들에게 총을 쥐어주는 안보 교육은 낡은 교육입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죠. 군사적인 충돌없이 지킨 안보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나요.

누군가에게 총을 겨누고, 총을 발사하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가뜩이나 아이들이 미디어 등을 통해 폭력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총쏘기 체험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언제나 폭력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는 사실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폭력을 가르치기 전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평화를 지켜왔는지, 남북관계는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하는지 가르쳐야 합니다. 초등학생들까지 총을 잡아 보라는 것은 '오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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