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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어린이 '논개 체험', 논개는 기분 좋았을까

최근 어린이 논개체험이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경남 진주시가 지난 28~29일 진주성 일대에서 연 제10회 논개제 '논개 순국 체험행사'가 도마 위에 오른 겁니다.

처음에 '어떻게 체험을 하라는 건가'하고 궁금함이 컸었는데요. 행사 사진을 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어린이들이 난간에 서서 인형을 끌어안고 에어메트가 깔려 있는 아래로 떨어지는 체험이었습니다.

단박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일 먼저 체험에 나선 아이들이 걱정되더군요. 물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즐거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행위를 똑같이 따라해보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투신'이라는 행위가 별 것 아니라는 생각도 가질 수 있겠죠.

왜장 인형을 끌어안고 뛰어 내리는 어린이. 출처 : 경남도민일보


또한 국가를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을 던져야 한다는 군국주의적 교육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국 교수도 트위터에 "'진주 논개제'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논개투신체험행사'를 하고 있다. 동의하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것, 좋다. 그런데 '논개재현극'을 통해 여자어린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한 것일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어릴 때 가르치려는 것인가? 시민으로서, 부모로서 도저히 동의하지 못하겠다."

몸을 날리는 체험이 어린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설령 논개의 뜻을 기린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순국 체험은 부작용이 너무 큽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논개의 입장입니다. 과연 논개가 이와 같은 체험 행사를 본다면 기분이 좋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왜장을 끌어 안고 몸을 날린 논개의 충절이 퇴색됐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후대 사람들이 충절을 체험한다고 해도 인형을 끌어안고 뛰어내리는 행위로 희화화된 충절은 논개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코메디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체험 행사는 논개의 충절을 깎아 내리는 일입니다.

'논개 순국 체험행사'. 출처 : 경남도민일보


집행위 쪽에서는 자발적인 체험 행사였고 반응이 좋았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일축하고 있더군요. 반응이 좋다고 해서 문제점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반응이 좋았다고 말하기 전에 어린이들에게 죽음을 체험하게 하는 방식의 문제점부터 따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런 체험이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방식으로 적합한지도 깊이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행사 주최 측의 입장이 아니라 논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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