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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영어 말하기, 쓰기 강화? 사교육 열풍 우려된다

어제 교육과학기술부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평가틀과 예시문을 발표했습니다. 일명 '한국형 토플'로 불리는 평가시험은 읽기, 듣기 위주의 영어에서 말하기, 쓰기 평가 강화가 특징입니다.

정부는 '실용 영어' 교육을 목표로 지나치게 어렵지 않은 문제로 학생들의 실제적인 영어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현행 수능보다 출제 문제 수준이 낮다고 하네요. 각 대학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4개 영역에 가중치 등을 부여해 이 평가 성적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교과부는 대학 진학을 위해 너무 지나치게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이번 평가 체계 도입 이유를 밝혔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능력만 있다면 성적을 주는, 절대평가 등급의 자격시험을 도입하게 됐다는 거죠.

학원 차량(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교과부의 바람대로 학생들이 부담에서 벗어날 지는 미지수입니다. 학생들이 새로운 유형의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가야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살펴보니 전문가들도 영어 사교육 열풍을 우려하고 있더군요. 초, 중, 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영어 공교육은 말하기나 쓰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어 수업이 회화 위주로 바뀌고 있지만, 영어로 자연스러운 말하기나 쓰기를 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학급 당 학생 수도 많을 뿐더러 많은 수업 시간을 소화해야 하는 영어 교사들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교과부는 학교 영어 교육 과정을 평가시험을 위해 실용영어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지만, 2014학년도에 수능 개편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대치동 학원가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2014학년도 수능 영어시험이 A,B형 수준별 체계로 바뀌었는데 또 다시 국가영어능력평가가 도입되는 것은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겁니다. 내년 대입 시험을 보는 올 고 2 학생부터 2015학년도 입시를 보는 중3 학생은 수능과 더불어 영어능력평가까지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또한 대학이 순순히 이 평가시험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할 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절대평가가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해 심층 영어 면접 등을 도입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대학들이 일부 특수고에 가산점을 준다던가, 변별력이 높은 시험을 봤던 것을 봐도 짐작할 수 있겠죠.

학원가 홍보물(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결국 새로운 영어 시험을 보기 위해, 대학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지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100% 대비반' '명문대 심층 영어 면접 대비반' 등을 내걸고 장사를 할 학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허리띠를 졸라맬 학부모님들의 한숨 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사교육 시장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개편이 돼서는 절대 안 됩니다. 망국적인 사교육 시장을 정부가 부양하고 가계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너무 걱정되네요.

실용 영어를 평가하고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취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과부는 그 전에 학교 영어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고 대학들의 평가시험 활용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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