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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유성기업 노동자 연행하고 교대제 실태조사? 누구 약올리나

어제 고용노동부가 다음달 기업의 노동비용 조사를 실시하면서 처음으로 근로시간 관련 부가조사를 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은 환영입니다. 근로시간 교대제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이에 따라 교대제 실시 여부, 시행 형태, 교대제를 통한 주당 실근무시간, 유연근무제 시행 여부, 휴가 현황, 근로시간 특례, 실근로시간 단축계획 등 근로시간 관련 내요이 구체적으로 조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간략하게 파악해왔던 근로시간을 정확히 파악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겠죠.

지난 24일 오전 유성기업 농성장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노동자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바로 정부가 교대제 실태조사에 나서게된 계기가 유성기업 사태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파업하지 않았다면, 이들이 공권력에 의해 잡혀가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과연 정부가 이런 조사에 나섰을까요?

교대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측과 협상하기를 원했던 노동자들의 절규가 없었다면 과연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섰을지 정말 의문입니다.

특히 고용부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사측과 맞서고 있을 때 중재 노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재는 커녕 사업장 점거 농성에 들어간 노동자들의 불법성만 지적했습니다. 해당 정부 부처의 편향성은 공권력 투입에 정당성을 부여해준 꼴이 됐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 연행하는 경찰. 출처 : 오마이뉴스


고용부의 실태조사 실시 계획 발표 불과 하루 전, 유성기업 농성장에 투입된 공권력은 노동자들을 모조리 연행했습니다 그 중에는 임신 8개월인 여성도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밤 9시까지 이 임신부에게 저녁도 주지 않고 잡아 놓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지적했던 대로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요구는 사측과 정부의 외면과 공권력 투입으로 묵살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했던 고용부가 마치 공권력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다 잡아가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교대제 관련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제 눈에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누구 약 올립니까?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유성기업 사태가 파국을 맞지는 않았을 겁니다.

유성기업 농성장에 투입된 공권력. 출처 : 오마이뉴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노동자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이번 실태 조사는 철저하게 실시돼야 겠지만, 그 전에 정부는 성급한 공권력 투입과 기업 편향적인 입장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아울러 노동자들의 쟁의를 무력화시키는 사측의 무차별적인 직장폐쇄의 문제점도 살펴봐야겠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본입니다. 정도입니다. 노동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일보다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근로 문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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