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야당 외면 한-EU FTA 비준안 강행 처리, 쇄신은 없었다

어젯밤 한나라당이 야당의 반대 속에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의결 정족수가 될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많이 모였더군요. 저녁에는 70여 명에 머물렀던 의원들 숫자는 본회의 시작 전 150명이 넘어 있었습니다.

결국 국회는 어제 오후 본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재석의원 169명 중 찬성 163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처리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비준안 처리에 동의했던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본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자유선진당은 회의 도중 퇴장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의장석을 점거하며 비준안 처리에 반대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그저께 오후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 비상농성을 펼쳤고, 농민단체와 유통상인협회 등 시민단체들은 어제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FTA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일 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경위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는 가운데 박희태 의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제 본회의장에서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소속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을 둘러싸고 비준안 처리 반대 피켓 침묵시위를 벌였지만, 의장석으로 올라온 박희태 국회의장과 경위들에게 떠밀려 내려왔습니다.

비준안이 상정된 뒤에는 반대 토론에 나선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여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말싸움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면) 우리 국회는 유통법과 상생법을 만들어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시간 지났어요.) 내려와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국회 본회의장에 대기중이던 이상득 의원이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결국 진보정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가결시켰고 이를 위해 열린 '원 포인트' 본회의는 한 시간도 안돼 끝났습니다.

불과 1주일 전 야권연대의 승리로 끝난 재보선에서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을 확인했던 한나라당은 중소상인들과 농가에 대한 피해 대책이 미흡하다는 야당의 주장을 외면한 채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끝나고 의원들이 회이장을 다 빠져나간 이후에도 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더군요. 힘의 부족을 절실히 느낀 거겠죠.

조금 더 듣고, 조금 더 받아들이라는 민심에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쇄인안 격론이 벌어졌던 한나라당. 하지만 한-EU FTA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는 한나라당은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일방통행식 의정활동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귀와 마음을 열고 진보정당 등 생각이 다른 야당과 대화하기를 바랍니다. 그게 쇄신이고 민심을 받드는 일입니다.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