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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충청권 의원들이 A4박스 들고 청와대 찾아간 사연

어제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청와대 앞을 둘러보려는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이더군요. 가이드의 설명을 주의깊게 들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분수광장 근처에서는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경찰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과학벨트 충청권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충청주민들의 서명이 담긴 박스를 놓고 의원들과 경찰이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서명 박스를 들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만류했고, 의원들은 분수광장에서 주민들의 뜻이 담긴 박스를 두고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경찰은 의원들의 요구를 들어줬고 홍재형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충청권 지역구 의원들과 주민 50여 명이 A4용지 박스를 하나씩 들고 분수광장으로 향했습니다.

박스에 담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충청도민들의 서명. 충청권 인구 500만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46만 명이 뜻을 모았습니다.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과학벨트 대선공약이행 범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선공약 사수를 위한 범충청권 시.도민 246만명의 서명을 받은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그러고보니 어제가 바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발효된 날이더군요. 이제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본격과 된 상황. 충청권 의원들과 주민들이 서명 박스를 들고 청와대를 찾아갈 만 했습니다.

서명을 전달하기 전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 이행을 요구하며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이명박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홍 부의장은 "국가지도자가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에 바퀴가 다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이 충청도의 분기탱천하는 이러한 서명을 보고 당초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정권 퇴진운동에 앞장서겠다"며 "과학벨트를 다른 곳에 둘 생각이라면 대통령직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과학벨트 대선공약이행 범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대로 과학벨트 입지를 충청권으로 확정할 것을 촉구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이 명시된 한나라당의 공약집까지 들어 보이며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가 공약집에 없다'고 거짓말한 대통령은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당시 한나라당 공약집이거든요. 여기 50페이지에 딱 나와 있어요. 대통령께서 공약집에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공약집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본인의 잘못된 기자회견에 대해서 충청도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과학벨트 뿐 아니라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도 깼다며 충청인들이 얼마나 분노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500만 충청인과 700만 출향인들을 실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청인의 자존심을 얼마나 짓밟을 수 있는지, 충청인들이 얼마나 분노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 같습니다. 20여 차례 이상 약속한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시키려고 했다. 과학벨트를 백지화하려고 합니다."

'과학벨트 대선공약이행 범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들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선공약 사수를 위한 범충청권 시.도민 246만명의 서명을 받은 서명지를 김연광 청와대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가운데)에게 전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이었던 신공항 건설의 백지화로 인해 영남권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민심 달래기용' 과학벨트 분산 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권선택 의원은 일각에서는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과학벨트를 쪼개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영남에 불이 났는데 불을 진화시키기 위해서 충청권을 빗자루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서명을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한 뒤 기자회견을 마쳤지만, 충청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등의 말을 했습니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과학벨트위원회가 내일 첫 회의를 열고 입지 선정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이 되는데요. 결과에 상관없이 분명한 것은 이 대통령이 세종시 백지화 논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과학벨트 공약 백지화로 또 다시 민심의 분노에 직면하게 됐다는 겁니다.

충청지역으로 과학벨트가 갈지, 아지면 다른 지역으로 분산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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