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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투기, 세금 탈루해도 장관? 차라리 인사청문회 하지 말자

결국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임명됐습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해외 원전 수주와 해외 자원 확보 등 현안에 대해 진행이 차질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하라고 당부하며 특히 외교관을 했던 경험을 충분히 잘 살려달라"고 말했습니다.

최 장관은 이제 지식경제부의 수장으로 국정을 맡게 됐습니다. 씁쓸합니다. 최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결격사유가 드러났었죠. 그 결과 민주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에 반대했습니다. 최 장관이 자격 미달이라는 겁니다.

다들 최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셔서 아시겠죠. 저도 인사청문회 현장에 있었습니다.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지적한 것들은 명백했습니다. 부동산 투기와 세금 탈루가 분명했습니다.

지난 18일 민주당은 최 후보자의 부인과 장인이 지난 1988년 구입한 대전시 그린벨트 내 밭이 최근 도로용지로 편입되면서 15배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투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농민이 아닌데도 농지를 사서 제 3자에게 경작하게 한 것은 당시 농지개혁법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최 후보자는 대전의 농지는 주말농장 개념으로 구입한 것이고 실제로 장인, 장모가 경작하다가 나이가 들어 임대한 것이라며 투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또한 최 후보자는 1996년에 발효된 농지법에 의하면 농지 소유자가 반드시 경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최 후보자는 자신의 부인과 처형이 지난 1988년 구입한 충북 청원군 임야가 공단 부지로 지정되면서 수익을 올렸다는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선산을 조성할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개발예정지에 대한 전형적인 투기 수법인데도 최 후보자가 부인하자, 여당까지 나서 최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를 지적했습니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청원군과 대전 땅 매입은 명백한 부동산 투기라며 시세차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투기는 아니라고 거듭 의혹을 부인하면서 재산의 사회 환원은 숙고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김재균 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열린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의 탈세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 후보자의 부인이 오피스텔 면적을 축소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었죠.

김재균 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자의 부인이 오피스텔 면적을 실제 면적인 77.09 제곱미터가 아닌 65 제곱미터로 축소 신고해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9년 동안 600여 만원의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준 면적이 66 제곱미터 이상이면 임대 수입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탈세를 반성한다면서도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복잡한 세제과정에 적응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본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부동산 투기 의혹과 배우자의 탈세까지 드러난 최 후보자가 정부의 산업정책을 총괄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투기와 탈세에도 청와대는 최 장관의 임명을 강행해 버렸습니다. 사실 인사청문회의 무용론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유시민 복지부 장관과 송민순 외교부 장관, 이재정 통일장관 등이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바 있죠.

청와대 모습.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그렇다고 이번 정부의 청문회 무시 행태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임대 소득 축소신고 의혹 등이 불거진 김성이 복지부 장관,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귀남 법무장관 등 6명이 청문회 결과와 관계 없이 장관직을 얻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입니다. 검증 과정에서 잘못이 밝혀졌다면 당연히 자진 사퇴하거나 임명권자가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순리죠. 부동산 투기 의혹은 물론 세금 탈루까지 했던 인사를 장관으로 믿고 따라가야 하는 국민들이 안타깝습니다.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계속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인사권자 마음대로 할 거라면 차라리 인사청문회를 하지 마십시오. 보여주기식 절차는 없애는 것이 낫습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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