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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오세훈 무상급식 빅딜? 사과부터 해야

어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명수 민주당 시의회 원내대표가 만났습니다. 거의 3주만입니다.

오 시장이 이번달 초 무상급식조례 처리에 반발해 시의회의와의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하며 '파업'에 들어간지 3주만에 시의회 인사를 만난 겁니다.

이번 만남은 서울시에서 먼저 제안했는데요. 그동안 전면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비판해왔던 오 시장이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해뱃길 사업, 한강예술섭 사업, 어르신 행복타운 건설 사업 등의 예산은 시의회에서 삭감하려 하자 부랴 부랴 타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어제 민주당에 따르면 오 시장은 어제 대화에서 '단계별로 무상급식을 해서 임기 내에 전면 무상급식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시의회가) 무상급식조례에 강제조항을 넣어서 한 번에 다 하자는 건 너무 부담스럽다. 한 해에 몇 개 학년, 그 다음 해에 몇 개 학년씩 해서 (무상급식 실시범위를) 늘려나가자'는 자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차별적,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며 전면 무상급식을 거부했던 오 시장이 그동안의 입장에서 단계별 무상급식 실시로 한발 물러선 겁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 처리에 항의하며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이 17일 오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식에 참석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당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경기도의회에서 일어났던 '예산 빅딜'이 서울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즉, 서울시가 무상급식 실시 범위를 넓혀가는 단계적 무상급식을 받아들이는 대신 시의회는 서울시 핵심 사업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 거죠.

우선 오 시장과 시의회의 대화는 잘된 일입니다. 오 시장이 대화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오 시장의 입장 변화가 기대됩니다. '예산 빅딜'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이 차별없는 밥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빅딜을 하기 전에 오 시장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사과입니다. 오 시장은 '파업'에 들어가면서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1일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타협하는 것이 정치력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것을 정치력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서울시 핵심사업 추진과 무상급식 반대라는) 두 개의 가치는 둘 다 꼭 지켜나가야 될 가치라고 생각한다, 가치의 충돌이 있다고 해서 서울시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 바 있죠,

이와 같이 몇차례 기자회견과 학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무상급식과 이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냈습니다.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과 사과가 있어야 합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친환경무상급식연대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서울시당,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에 항의하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들의 세금 3억8천만 원을 들여 주요 일간지에 낸 무상급식 반대 광고에 대한 사과도 해야 합니다.

벌거벗은 아이가 등장하는 이 광고가 신문에 게재되자 많은 누리꾼들과 시민들은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 목적을 위해 혈세 낭비는 물론 어린이의 인권까지 침해했다고 비판했죠. 여기에 광고 속 어린이의 이미지가 합성됐다는 것과 서울시가 어린이 부모로부터 사진 사용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이 더 밝혀지면서 파문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어린이 사진이 부모와 이미지 판매사의 정당한 계약에 따라 모든 상업적 사용이 전제된 이미지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예산 낭비와 인권 침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생 20만 명이 1,900원짜리 한 끼 급식을 먹을 수 있는 금액을 낭비하고 아이의 인권을 짓밟은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한 일입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이 고개를 숙여 시민들에게. 어린이와 부모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오 시장과 시의회가 대화를 통해 무상급식 문제를 잘 풀어내기를 바랍니다. 내년부터 아이들이 차별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예산 빅딜'보다 오 시장의 사과가 먼저입니다. 오 시장이 하루 빨리 상처입은 시민들과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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