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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오세훈의 3억8천짜리 광고, 20만명 한끼 날렸다

며칠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세금 3억8천만 원을 들여 주요 일간지에 낸 무상급식 반대 광고의 논란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벌거벗은 아이가 등장하는 이 광고가 신문에 게재되자 많은 누리꾼들과 시민들은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 목적을 위해 혈세 낭비는 물론 어린이의 인권까지 침해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광고 속 어린이의 이미지가 합성됐다는 것과 서울시가 어린이 부모로부터 사진 사용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이 더 밝혀지면서 파문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각종 패러디가 등장하고 있고 서울시교육청은 오세훈 시장이 광고에서 주장했던 '무상급식 때문에 저소득 자녀 학비지원 예산이 삭감되고 좋은학교만들기 지원이 전액 삭감됐다'는 광고 내용에 대해 '저소득층 자녀학비지원예산은 올해보다 190억원이 늘었고, 좋은학교만들기 지원도 97억원 증가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무상급식 반대 광고가 허위라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시민사회단체들과 진보정당들은 어제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문 광고까지 내면서 무상급식을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을 규탄했습니다.

서울시가 주요 일간지에 낸 무상급식 반대 광고. 출처 : 오마이뉴스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은 아이들의 밥 먹는 문제를 악용하는 오세훈 시장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망국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대권 도전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들의 밥 먹는 문제를 이렇게 악용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오세훈 시장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망국적인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권 후보자 포기해야 합니다. 아이들 밥 문제 해결 못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이 나라에 발붙일 수 있습니까?"

김종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광고 속 아이에 대한 인권 침해를 언급하며 한나라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오 시장이 신문 광고로 보수 진영의 표를 얻었을지는 몰라도 큰 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한번에 4억을 들여 신문 광고를 통해 한나라당 당원들과 보수 진영의 표를 많이 획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큰 죄가 되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서울시정을 위해 쓰여져야 할 혈세가 오 시장의 개인적인 주장을 하는 광고에 쓰인 것은 불법이라며 주민감사청구를 통해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친환경무상급식연대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서울시당,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에 항의하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서울시장이 서울시 예산을 갖고) 정책, 시정 광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주장을 알리는 것에 서울시민 혈세를 쓰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주민감사청구를 준비하고 돌입하겠습니다."

점점 커지고 있는 비판여론에도 서울시는 계약상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어린이 사진이 부모와 이미지 판매사의 정당한 계약에 따라 모든 상업적 사용이 전제된 이미지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합성도 계약 내용에 포함됐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입니다. 핵심을 비켜나가는 것이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 어린이를 무상급식 반대라는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한 것은 법적 공방을 떠나 어린이의 인권을 침해한 겁니다. 지금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 아니라 어린이와 어린이의 부모에게 사과하는 일입니다.

23일 '이순신 장군 쾌유기념 시민 참여 축하이벤트'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신문광고에 사용한 3억8천만 원은 초등학생 20만 명이 1,900원짜리 한 끼 급식을 먹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초등학생 20만명의 한끼를 빼앗아 간 겁니다.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 실시할 예산이 없다면서 20만 명의 한 끼 밥값을 여론몰이용 광고에 쏟아붓는 역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 시장은 괜한 데다가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시의회로 돌아가 무상급식조례를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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