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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울시민 뜻 받들겠다더니, 무상급식 팽개친 오세훈

"저는 민주당이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어떤 망국적 복지포퓰리즘 정책도 거부할 것을 이 자리를 통해 밝히고자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를 통과한 친환경무상급식조례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이후로 이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공세와 시의회의 횡포에 대해선 서울시장의 모든 집행권을 행사해 저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의회와의 시정협의를 거부하는 이른바 '전면전'을 천명한 겁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6.2 지방선거 때부터 복지포퓰리즘의 최전선에 달콤하게 내걸어 '반짝지지'를 얻은 무상급식의 경우 인기영합주의 복지선전전의 전형"이라며 "무상급식이야말로 서민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에게 결코 어울리지 않는 '부자 무상급식'이자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야할 교육․복지예산을 부자에게 주는 '불평등 무상급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포퓰리즘' '불평등 무상급식' '복지의 탈'. 어제 오 시장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오세훈 시정'이 국민들이 염원하고 있는 사안마다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안마다 서울시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서울시의회를 여소야대로 만들어준 유권자의 뜻, 국민의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강남 3구를 제외한 시민들은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은 한명숙 후보에게 가까스로 이겼습니다. 그 의미는 오 시장의 지난 행정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컸다는 거죠. 닫힌 광장은 열고,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자는 게 많은 시민들의 뜻이었습니다.

3일 서울시에서 시정협의 거부를 밝히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서울시는 시민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야 합니다. 통과된 조례안에 따라 내년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등 서울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예산 편성에 나서야 합니다.

돈이 없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 전시성 토목 사업을 줄인다면 가능합니다. 어차피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2천295억원을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와 함께 분담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예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재선 이후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소통과 화합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그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오 시장은 자신의 다짐과는 다르게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 대신 저소득층에만 국한된 차별 급식을 주장하며 시민들의 뜻이 담긴 조례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의회 출석 거부나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 중단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오죽하면 민주당에서 "삐쳤다고 의회에 안와? 애냐?"고 꼬집겠습니까. 서울시정을 볼모로 시의회를 압박하겠다는 것은 유치한 일입니다.

10월 4일 서울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친환경 무상급식 시범실시' 배식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홍현진

서민 가정도 부자 가정도 차별없이 밥을 먹게 하자는 일을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신경쓰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을 왜 그렇게 거부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유권자의 뜻 받들겠다고 강조했던 오 시장. 지금이라도 시민의 뜻이 반영된 의회의 친환경무상급식조례를 받아들이고 '디자인 서울'이 아니라 '복지 서울'을 위해 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은 '디자인 서울'이라는 탈을 쓴 토건사업보다 '복지 서울'이라는 따뜻한 서울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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