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라오스 외국 여행자들 "한국여행? 안전과 평화가 먼저"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네요. 컴퓨터 자판을 치는 느낌이 생소할 정도입니다. 11월 13일부터 15일 동안 라오스 여행을 하고 어제 저녁에 귀국했습니다.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길. 추웠습니다. 불과 하루 전까지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거리를 걷다가 눈이 날리는 거리를 걷는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리고 출국할 때까지는 양호했던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은 것도 그렇고요.

라오스에서 처음 북한의 도발 소식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한 외국인 여행자가 뉴스를 전해줬습니다. 사실 라오스 여행 중에 TV도 못 보고(싼 숙소에는 TV가 잘 없더라고요.) 인터넷도 안 해서 직접 알 수가 없었거든요.

지난 수요일 라오스 남부 작은 도시에 있는 식당에서 네덜란드에서 온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라오스 여행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주머니가 북한이 한국을 공격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천안함 얘기를 하는 거겠지'하는 짐작을 하고 듣는데 이상하게도 아주머니는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CNN에서 북한이 국경 지대로 폭탄을 쐈다는 긴급 뉴스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인명피해까지 났다고. '이럴 수가...'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마치 누군가가 제 머리를 세게 때린 것 같았습니다.

북한군의 포격으로 전기마저 끊긴 연평도는 25일 밤 칠흑같은 어둠에 묻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 얘기를 듣고 난 다음에는 한국 일이 너무 신경 쓰여서 그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아주머니가 그러더군요. 자신도 한국을 여행하고 싶은데 신변이 걱정된다고요.

"한국이랑 일본도 가봐야 하는데 한국은 너무 위험해.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폭탄이 떨어지는 곳에 가기가 쉽지 않지. 사람들의 안전이 보장이 100% 되는 게 아니잖아."

'괜찮아 질 거다, 한국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 봄이나 가을이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등등의 말을 하며 한국 PR을 했지만, 별 설득력은 없었습니다.

다음날 유적지를 둘러보고 버스를 타기 위해 바로 길을 나섰습니다. 빨리 큰 도시로 가서 정확한 소식을 알고 싶었죠. 버스 터미널이 있는 도시까지 가는 차편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프랑스 여자 두명이 눈 앞에서 히치하이킹으로 트럭을 타길래 저도 꼈습니다. 비록 짐칸이었지만 마음은 놓이더군요.

방콕에서 일을 한다는 프랑스 여성은 친구와 함께 라오스에서 1주일 동안 휴가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경주, 인천, 부산 등의 도시 이름을 말하며 우리나라도 여행했다는 자랑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국경 부근에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하던데 괜찮냐"고 묻더군요. 정확한 건 모르겠다고 했더니 '남북 문제가 제일 문제다, 다른 것보다 평화로운 관계 유지가 먼저다'는 식으로 얘기하더군요.(트럭 짐칸에서는 바람 소리 때문에 상대방 말소리를 알아듣기가 어려웠습니다.)

40분 동안 짐칸에서 먼지란 먼지는 다 뒤집어 쓴 뒤 버스 터미널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프랑스 여성들은 그 도시에서 하루 머문다면서 떠났고, 저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왔길래 올라탔습니다.

히치하이킹으로 트럭 짐칸에 함께 탔던 프랑스 여성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소비하지 않았지만, 버스가 느긋했던지라 오후 4시에 떠난 버스가 다음날 새벽 5시 40분에 목적지에 도착하더군요. 중간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버스에서 1박 2일을 마치고 여행자 거리로 가기 위해 비몽사몽인 채로 '뚝뚝'(오토바이 등을 개조한 교통수단)에 탔는데 누가 저한테 일본어로 말을 걸더군요. 고개를 돌려서 보니 일본인 아저씨 둘이서 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그러냐면서 바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더군요.

라오스에서 화장품 관련 사업을 한다는 일본인 아저씨는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사업하는 한국사람들이 많다면서 라오스가 사업하기 괜찮은 곳이라고 한참을 설명했습니다. 사업 얘기 밑천이 떨어졌는지 북한의 포격에 대해서 얘기하더군요.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해 바다 쪽에서 북한이 포탄을 발사해서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하더라고요. 지난번 잠수함 공격도 그렇고 북한이 너무 하네요. 한국도 일본도 살기 무서운 곳입니다."

그렇게 라오스에서 만난 외국인들에게 전해 들은 '연평도 포격'은 인터넷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참한 상황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전쟁 중인 나라에 살고 있구나'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인터넷으로 이번 포격을 둘러싼 여러 가지 얘기들, 주장들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동감하기도, 한편으로는 씁쓸해하기도 했습니다.

연평도 포격과 한미연합훈련으로 한반도에 전쟁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28일 밤 서울 종로2가 보신각앞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기원을 위한 시국기도회'에서 대학생들이 '그래도 전쟁은 아니잖아요' '우리에건 전쟁이 아닌 평화가 필요합니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심란한 마음으로 오른 귀국길. 비행기에서 집어든 한 보수신문은 '전쟁불사'를 외치고 있더군요. 어느 나라에서나 호전세력은 있기 마련이겠지만, 그건 정말 위험한 주장입니다.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는 전쟁으로 지킬 수 있는게 아닙니다.

비행기 제 옆자리에 앉았던 벤자민이라는 미국 청소년은(용산에 산다고 했으니 가족이 주한미군이겠죠.) '비행기가 한국 상공에서 공격을 당하면 어떻게 하냐고 친구들이 걱정했다'고 소리내어 웃더군요. 저는 따라서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었습니다.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