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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이웃사랑 모으자더니, '사랑의 열매'에 비리가?

해마다 날씨가 추워질 때쯤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계 각층 인사의 재킷에는 빨간 열매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방송, 신문 등 각종 매체에서는 빨간 열매를 단 사람들이 모여 대형 빨간 온도계 앞에서 행사를 벌이는 모습을 보도하죠. 우리는 이 빨간 열매를 '사랑의 열매'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내고 '사랑의 열매'를 받을 때 뿌듯했던 느낌, 다들 아실 겁니다.

지난 1970년부터 사용된 '사랑의 열매'는 불우이웃돕기와 수재의연금을 모을 때부터 상징이었습니다. 4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사랑의 열매'. 이제는 이 열매를 옷에 다는 것 자체가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주죠. 지난 1998년 설립돼 국내 유일 법정 모금 기관으로 국민 성금을 모아 관리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 '사랑의 열매'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이웃사랑의 상징인 이 '사랑의 열매'가 알고보니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고 하네요. 이번 국감을 통해 성금 분실을 비롯해 친인척 거래, 공금 유용 등의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하나 하나 들여다보니 '비리 종합세트'가 따로 없습니다.

인천지회의 한 직원은 지난 2007년 10만원권 백화점상품권 30장을 분실했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또 다른 간부는 조형물 '사랑의 온도탑'을 재활용하면서 3년 동안이나 1천만원 정도의 제작비를 쓴 것으로 조작해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 열매' 국민성금 모금하는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경기지회의 한 간부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3천3백여 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면서도 회의를 연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고 합니다. 또한 경기지회는 9천만원이 들어가는 실내공사를 직원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게 넘겼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았던 연예인 홍보대사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수입의 90%가 국민성금에서 나오는 공동모금회가 이렇게 비리로 얼룩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국민성금을 모으고 관리하는 자리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될 텐데 비리 사실을 들여다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더욱 더 문제는 이런 비리가 적발된 이후 공동모금회의 미온적인 대처입니다. 공동모금회는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 대해 자체 징계만 했을 뿐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커지고 '사랑의 열매' 운동에도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겁니다.  비리 사실이 적발되도 형사 책임을 지지않는다니... 비리의 싹을 확실히 잘라내지 못한 셈입니다.

비리가 발생한 인천지회 홈페이지(http://incheon.chest.or.kr/01_info/fruit/fruit01.jsp) 캡쳐 화면.

지난주 밝혀진 대한적십자사의 아이티 지진 성금 유용 논란에 이어 또 한번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성금을 내고 있는데 국민들을 우롱하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면 누가 기쁜 마음으로 성금을 낼까요.

앞으로 공동모금회를 대상으로 한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관계 당국인 보건복지부는 국민성금이 새지 않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야 합니다. 아울러 공동모금회 외에 다른 법정 모금기관을 지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죠. 공동모금회의 독점적인 지위가 비리를 눈감아 주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동모금회가 성금을 얼마나 모았는지, 성금을 어디에 썼는지, 성금에서 나온 운영비를 어떻게 썼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관련 홈페이지와 언론 매체를 통해 국민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겠죠.

올 겨울도 많이 추울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이웃은 더 춥겠죠.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사랑이 필요할 텐데, 비리로 얼룩진 '사랑의 열매'를 보고 국민들이 지갑을 닫을까 우려됩니다. 하루 빨리 관계 당국은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벌써 10월 중순입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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