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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재학생 울리는 학자금 대출제한 발표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이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게 될 대학 30곳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교과부는 "학자금 대출제도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대학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345개교 가운데 30개 대학이 대출 제한 조치를 됐는데 이 중 교육여건, 재정여건 등이 열악해 고등교육의 질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6개 대학은 '최소대출'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제한대출'그룹에 속하는 24개교의 학자금 대출한도는 등록금의 70%까지이며, ‘최소대출’ 그룹의 6개교는 대출한도가 등록금의 30%까지라고 합니다.

교과부가 발표한 대학을 보니 대부분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방 대학이었습니다. 교과부는 '학자금 대출의 건전성 유지'를 이번 조치를 실시하게 된 이유로 들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대학의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교육과학기술부 홈페이지(http://www.mest.go.kr/me_kor) 캡쳐화면.

교과부의 대출제한 조치는 재학생은 제외한 채 신입생에게만 영향을 주고 그 중에서 소득이 낮은 계층(7분위 이하) 출신 학생들은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대출 제한 조치보다 이 조치가 불러온 파급 효과를 노린 겁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부실 수준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전체 대학 정원의 절반 가까이를 채우지 못했죠. 신입생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교직원들의 월급도 제 때 주지 못하는 대학이 있습니다.

게다가 2015년부터는 대입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많아진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대학 구조조정을 어떻게든 실시해 정상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과부가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 발표를 한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대학을 부실하게 만든 경영진이나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가 책임져야 할 대학 부실화를 애꿎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떠넘긴 꼴이기 때문입니다. 비리재단의 이사회 복귀로 학생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지대 사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신입생에게만 대출 제한 조치가 해당된다고 하지만, 명단이 공개된 이상 그 대학을 다니는 재학생들에게도 영행을 미칠 게 뻔합니다. 당장 취업부터가 걱정입니다. 기업에서 부실대학이라고 낙인 찍힌 대학 졸업생에게 좋은 평가를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발표한 교과부. 출처 : 교과부 홈페이지


내년도에 대학에 지원할 학생들은 대출 제한을 받은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재학생은 피해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교직원은 물론 재학생들이 받게 될 피해를 최소할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하기도 전에 불쑥 대출 제한 대학을 발표해 버린 것은 너무 성급했습니다. 이번 조치 발표 이전에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학교나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교과부는 대출 제한 대학 조치에 대해 "금번 조치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해당 대학 재학생들에게 '부실대학 출신'이라는 낙인을 찍는 조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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