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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 '공정 사회'에 역행

어제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이재훈 장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듣고 '사필귀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인사가 국정을 총괄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리고 다른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그랬겠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와 천안함 유족에 대한 발언으로 국민의 눈밖에 나버린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 소식을 기대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조 내정자가 스스로 물러났다는 기사가 언제 들려오나 하고 뉴스를 계속 주시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뉴스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늘 아침 조 내정자가 기어이 청와대의 임명장을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설마... 설마했던 임명 소식은 사실이었습니다. 조 내정자는 오늘 오후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경찰청장 임무 수행에 나서게 됐습니다.

청와대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이재훈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모든 게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제 모든 부담을 털었으니까, 민심을 수습했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결심한 게 분명합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 23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청와대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총리와 장관의 사퇴를 받아들였다'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사회가 솔선수범 해야 한다면서 솔선한다는 것은 불편하고 희생이 따를 수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공직사회가 솔선수범을 해야 국민들이 따르겠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 소식에 또 다시 고개를 흔들게 됩니다.

조 내정자는 이번 청문회에서 국민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조 내정자는 15만 경찰을 이끌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조 내정자는 이미 고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고 천안함 유족을 비하했습니다. 또한 인사청탁 의혹과 재산증식 의혹도 불거져 나왔습니다. 후보자들의 전공 필수과목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버린 위장전입도 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지나친 실적주의를 내세워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일부 경찰관들의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도 문제가 됐습니다.

이미 야당에서는 조 내정자 임명에 대해 거세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조 내정자는 자진 사퇴했어야 옳다면서 이번 임명을 청와대의 '오기 정치'라고 지적했고, 국민참여당은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정권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을 욕보이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조 후보자가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발언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도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데 청와대가 여전히 이러한 국민 정서를 모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청와대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트위터에도 '말도 안 된다' '실망했다' '누구를 위한 경찰청장이냐' 등 조 내정자 임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태호 내주고 조현오 받았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정 사회'를 위해 총리, 장관 후보자 사퇴를 받아드린다고요? 그렇다면 조 내정자도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공정 사회'의 중심은 국민이고, 민심입니다. 민심을 떠나서는 '공정 사회'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조 내정자에게 능력이 있다고요? 하지만, 조 내정자의 도덕성과 자질은 민심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은 청와대가 강조하는 '공정 사회'가 아닙니다. '공정 사회'에 역행하는 일입니다. '막무가내 인사' '오기 정치'일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조 내정자는 스스로 물러나고 청와대는 임명을 철회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공정 사회'의 진정한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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