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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강용석 제명'에도 '여성비하' 진실은 밝혀야 합니다

어제 한나라당 중앙윤리위원회의 강용석 의원 제명 결정은 정말 전광석화 같았습니다. 강 의원의 해명 기자회견과 야당의 반응까지 보고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주성영 의원이 갑자기 와서 제명 조치를 발표하더라고요.
 

한나라당 윤리위는 <중앙일보>가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을 보도한 당일 두 차례의 회의를 열어 강 의원에게 가장 높은 강도의 징계조치인 제명 처분을 했습니다. 보도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보도로 강 의원이 당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겁니다.

분명히 강 의원에 대한 보도는 한나라당에 악재입니다. 어제 하루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한목소리로 한나라당을 '성희롱당'이라고 지적하며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했습니다. 진보신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라는 조언까지 했습니다. 한국 아나운서연합회는 강 의원에 대해 고소를 통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과 관련, "문제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밝히고 왜곡보도에 대해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재빨리 결단을 내린 것은 쇄신을 부르짖으며 출범한 안상수 대표 체제에 대한 흠집을 최대한 줄이고, 아울러 7.28 재보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켜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진위도 판단하지 않고 제명 조치를 내린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나라당이 제명 조치를 단행하면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명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겁니다.

강용석 의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비난글. 강용석 의원 홈페이지 캡쳐화면.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대학생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습니다. 아나운서들의 고소를 불러온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한다'는 말을 어떻게 국회의원이 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당의 쇄신에 앞장서겠다던 40대 의원의 입에서 말입니다.

만약 어제 기자회견을 연 강 의원이 보도 내용을 인정했다면 문제는 달라졌겠지만, 강 의원은 모든 보도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허위 왜곡 보도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중앙일보>에 대한 법적조치까지 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과 관련, "문제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밝히고 왜곡보도에 대해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회견을 마친 강 의원은 복도로 나와서도 기자들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한 10분이 넘게 그 자리에 서서 강 의원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듯하게 들리더군요. 하지만, 선배를 통해 들어본 <중앙일보>의 분위기는 확실한 팩트가 있다고 했고요. 헷갈립니다.

강 의원은 제명됐지만, 본인이 보도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진실을 꼭 밝혀져야 합니다. 이것은 강 의원과 <중앙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좁게는 아나운서들 넓게는 우리 여성들의 명예가 달린 문제입니다.

진실을 밝힌 뒤에 그에 따른 책임을 당사자들이 지면 됩니다. 강 의원의 해명이 거짓이었다면 이것은 국민을 우롱한 것으로써 당 제명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직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와 달리 <중앙일보>의 허위 보도라면 <중앙일보>는 잘못된 보도로 발생한 모든 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하루 만에 민심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의 제명은 시작일 뿐입니다. '성희롱'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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