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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몸싸움에 최루탄까지 직접 본 한미FTA 국회는 슬펐다

어제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전날 "참을 만큼 참았다"고 하더니 기어이 비준안을 처리해버렸습니다.

사실 저는 어제 하루 종일 국회에 있었지만, 한나라당이 비준안 처리에 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야당과 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유효한 상태였고 오후 2시에 시작된 의총도 예산안 관련 정책의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의총 직후 갑자기 본회의장을 점거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도 않는데 어떻게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나중에 알고 봤더니 한나라당이 낮에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더군요. 박 의장은 이에 대해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응답하며 직권상정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박 의장은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겼습니다.

한미FTA 비준안 통과에 항의하는 의원들. 출처 : 오마이뉴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야당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으로 달려왔지만, 이미 의장석에는 정의화 부의장이 앉아 있었습니다. 야당을 따돌리려는 한나라당의 기만술이 통한 셈입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막아야 한다'며 최루탄을 의장석에 터뜨리는 등 야당 의원들은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해 강력하게 저항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또다시 고성이 들리고 몸싸움이 벌어졌고 사상 초유의 최루탄까지 등장했습니다.

이게 민의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국회가 맞습니까. G20으로 국격이 높아졌다고요? 선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요? 국회만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입니다.

그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동안 국회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은 주요 법안에 대해 강행처리를 해왔습니다.

경위들로부터 제지 당하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출처 : 오마이뉴스


한쪽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무조건 힘으로 몰아붙이는 이미 기능을 잃은 것입니다.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입니다. 힘이 없는 쪽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특히 한미FTA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 ISD 조항 등 많은 독소조항이 있는데도 여당이 강행 처리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지금 한미FTA는 미국 의회가 만장일치로 비준시킬 만큼 미국에 유리한 협정입니다.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어 가면서 급하게 통과시킬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미국에 수출 잘 하고 있지 않습니까. ISD 등 독소조항을 없애자는 국민적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일 때까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국익을 외치는 한나라당이 서민, 노동자, 농민 등 사회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공공정책 제약 등이 우려된다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을 철저하게 검토해봤는지 의문입니다. 

끝까지 야당 의원들은 지독한 최루탄 냄새를 참아가며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단상을 두드리며 비준안 저지에 나섰지만, 정 부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위들의 호위 속에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표결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미디어법과 예산안 등을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 끝에 강행 처리해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았던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국가 간의 협정인 한미FTA 비준안까지 강행 처리하면서 또다시 국회를 싸움터로 만들었습니다.

어제는 정말 눈물이 핑 돌더군요. 최루탄 때문에 눈이 매워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국회가 아직도 '날치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눈물 나게 아프고 슬펐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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