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손님 허벅지에 짬뽕 쏟아 놓고 고자세 주인, 괘씸해

지난 금요일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서울 논현동 쪽에서 만났습니다. 목소리 높이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칸막이로 공간이 나눠져 있는 술집에 갔죠.

생각대로 술집 안은 시끄럽지 않아서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결혼한 후배가 사는 이야기, 직장 생활, 사회 문제 등 여러 가지 화제로 흥겹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흥겨운 시간은 새 안주가 나오면서 깨졌습니다.

새 안주는 '짬뽕 수제비'였습니다. 비오는 밤, 소주 안주에는 딱이죠. 종업원이 먼저 국물을 덥혀주는 조그마한 버너를 탁자 위에 놓고 나가더니 잠시 뒤 뜨거운 짬뽕이 담긴 냄비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앗 뜨거워~"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종업원이 발을 헛디디면서 짬뽕을 제 옆에 앉아 있던 친구 쪽으로 쏟아버렸고, 뜨거운 국물은 친구의 허벅지와 바닥을 적셨습니다.

"아, 이거 어떡해~"
"괜찮아? 화상 입은 거 아냐?"

우리는 깜짝 놀라서 친구가 괜찮은지 살폈습니다. 친구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국물을 쏟은 종업원과 소리를 듣고 달려온 술집 남자 주인은 반응이 없었습니다. 친구가 얼음과 수건을 갖다 달라고 하기 전까지 느릿느릿 짬뽕 냄비와 그 주변 국물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주인이 젊어서 그런가' '장사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그런가' '놀라서 정신이 없나'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손님 허벅지에 뜨거운 국물을 쏟았다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어디 다친 데 없냐'고 물어보는 게 먼저일 텐데 종업원도 주인도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습니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쳐다보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화가 난 친구들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자 그제서야 뚱한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하는 주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주인은 곧바로 다른 테이블로 주문을 받으러 가버렸습니다.

국물 쏟은 현장.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음.


뭐, 기분이 묘하더군요. 뜨거운 국물이 손님에게 쏟아진 일이 일어났으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챙겨주는 게 손님을 대하는 주인의 태도일 텐데 전혀 손님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다시 주인을 불렀습니다.

"손님에게 뜨거운 국물을 쏟았는데 너무 하신 거 아닌가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다치셨으면 병원가시죠."
"아니, 종업원 잘못으로 친구 옷에 국물 쏟고 이렇게 분위기 다 깼는데 미안하면 다예요?"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는데요?"

말문이 막히더군요. 주인의 태도가 괘씸했습니다. 그냥 좋게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세탁비 등 피해 보상 정도 받고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이미 기분은 상할대로 상해버렸습니다. 친구 중의 한 명이 화가 나서 주인에게 '경찰 부를까요?'했더니 주인이 '경찰 부르세요"해서 친구가 진짜로 경찰을 불렀죠.

정말 얼마 안 있어 경찰관 2명이 술집으로 왔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경찰에게 설명했고, 경찰은 잠시 주인과 따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더니 피해 보상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술집에서 나올 때까지 친구의 옷을 망치고 즐거운 술자리를 망쳐놓은 주인과 종업원의 진심어린 사과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이런 문제로 경찰을 부를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저희가 술을 마신 상태라 감정이 더 상하고 주인의 태도가 더 못마땅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잘못을 해놓고 고자세로 나오는 주인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다른 자리로 옮겨서 술잔을 기울였지만, 옷을 망친 친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아까운 시간은 많이 흘러가 버렸더군요. 

손님은 배려를 바랍니다. 좋은 서비스를 원합니다. 사장님들은 이 상식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갔던 가게 주인도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손님들을 배려하기를 바랍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