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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직접 돌아본 산사태 피해 아파트, 참혹했다

비는 그쳤지만, 집중 호우의 상처는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어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인 삼성래미안 방배아트힐 아파트에 다녀왔습니다.

분명히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었지만, 도무지 아파트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도로 건너편 우면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나무가 아파트를 뒤덮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면산 토사가 밀어닥쳐 폐허가 된 아파트.

산사태가 난지 이틀이 지나서 많이 복구됐을 줄 알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진흙과 나무 뿐이었습니다. 아파트에 엄청난 토사를 흘려 보낸 우면산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었습니다.

중장비와 군 병력이 동원돼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피해가 컸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속도로 내려온 토사는 도로와 가까운 아파트 두 동을 그대로 쓸고 내려간 상황. 오순도순 하루 하루 살아왔을 가족들의 보금자리는 뻥 뚫린 채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뼈대만 남은 아파트.

토사가 아파트를 뒤덮었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 안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우편함 위에는 토사가 붙어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흙탕물이 들어찬 어두컴컴한 복도는 무서웠습니다.

아파트에서 피해 복구를 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 사연 좀 들어보려고 했는데 쉽게 말문을 열지 않으시더군요. 어떤 주민은 말 대신 서러운 울음으로 심경을 표현했습니다.

우편함에 달라 붙은 토사.

철골까지 드러난 아파트.


하지만 사고 예방을 제대로 하지 않은 서초구청과 서울시에 대한 불만은 컸습니다.

옆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지난 추석 서울 집중호우 이후 중장비가 산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에 대해 '수해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항의했지만, 서초구청은 책임을 떠넘기며 민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흙탕물을 퍼내며 복구작업 중인 소방대원과 군인들.

현관도 토사에 쓸렸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이런 산사태가 나는 게 어디에 있냐면서 서울시의 소홀한 수해 대책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복구가 중요하지만,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도 반드시 규명해야 합니다. 이런 집중호우가 1백년에 한 번이 아니라 이제는 매년 반복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복도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모습.

아파트 안에서 바라본 처참한 바깥 풍경.

벽까지 뚫고 들어온 토사.



지금도 이번 집중호우 피해가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우면산 산사태만 해도 '배수로 관리 실패', '무리한 생태공원 조성' 등이 큰 피해를 불러왔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파트 아래쪽 토사에 쓸린 승용차가 건물 지붕에 방치돼 있다.

다음주에도 소나기가 자주 내린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 피해 지역을 신속히 복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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