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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직접 본 남태령 전원마을 산사태 현장, 처참한 폐허

어제 오후 산사태 토사가 덮친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처참하더군요. 마을은 온통 진흙 투성이었습니다.

허경열씨는 20년 동안 살아오던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 토사가 허씨의 집을 쓸고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던 집과 그 주변은 순식간에 폐허가 됐습니다.

허씨는 저에게 "여기는 농사용 하우스가 큰 게 있었고, 저기 한 5분의 1 남았네, 저기가 제가 사는 집"이라고 설명했지만, 허씨가 가리키는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허씨는 5분만 늦었으면 자신과 초등학생 아들이 그대로 토사에 휩쓸려 갔을 거라면서 급박했던 대피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27일 오전 산사태 토사에 휩쓸려 사라진 집.


"5분만 늦게 나갔으면 다 죽었어요. 한 5분 정도 걸렸을 거예요. 구름이 오는 것 마냥. 내가 6시에 올라가봤는데 조짐이 이상하더라고요. 나무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6시 조금 넘어서 애가 초등학교 5학년이예요. 그 놈이 안 일어나길래 내가 강제로 끌었어요. '여기 있으면 죽는다, 아빠랑 도망가자' 저만큼 내려가니까 덮친 거예요."

2년 전에도 산사태 피해를 봤다는 허씨는 당시 서초구청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허씨의 집이 무허가라는 이유로 구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2년 전에 조금 사태가 났었어요. 구청에다가 이걸 좀 (확실한 대책을) 다시 해줘라 그랬어요. 그때도 우리가 피해를 입었어요. 구청에서 사진을 찍어 오더라고 하더라고요. 찍어서 줬더니 무허가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처럼 취급을 안 하나니까 그런가 보다 했죠. 없이 사니까 힘이 있습니까."

27일 오전 나무가 승용차를 덮쳤다.


허씨의 집 주변을 폐허로 만든 토사는 점점 불어나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6명의 목숨까지 앗아갔습니다. 2년 전 서초구청에서 산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참사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원마을 커다란 나무가 주택 앞 승용차를 덮쳐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은 현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전원마을 주민들은 주택가와 가까운 나무가 위험하다며 몇 차례나 서초구청에 베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처리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무너저내린 담장, 여기저기 처박힌 자동차들, 정원까지 밀고 들어온 토사. 군 병력까지 투입돼 복구작업과 수해 예방 작업을 펼쳤지만, 마을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난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잠이 안 올 것 같다'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고 말했습니다.

27일 오전 물이 들어찬 주택.


서울에 26일 오후부터 27일 아침까지 33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렸지만, 남태령 전원마을 참사는 조금만 더 철저한 대비를 했다면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인재로 보였습니다.

오늘도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고 합니다. 남태령 전원마을은 물론 다른 지역에도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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