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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이승만 양아들, 사과하려다 18분 만에 쫓겨난 이유

오늘은 2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6천여 명의 시민들이 부상을 당했던 4.19혁명 51주년입니다. 오늘 오전 국립 4.19민주묘지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이미 기사화가 됐듯이 4.19 희생자 유족에게 사과하려는 이승만 유족측과 이를 거부한 4.19혁명 단체들 사이의 충돌이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8시가 조금 넘는 시각. 4.19묘지 정문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더군요. 정문 앞을 서성거리는 4.19단체 회원들은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끝까지 막겠다고 했습니다.

8시 55분. 노란색 미니버스가 정문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단체 회원 서너명이 미니버스를 막아서더군요.

"돌아가! 돌아가!"를 외치며 버스를 발로 차면서 반발하자 버스는 후진으로 4.19민주묘지 밖으로 나갔습니다. 버스는 나갔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 양아들 이인수 씨와 이승만기념사업회 임원 몇명은 사과를 하겠다고 버텼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양아들 이인수씨가 4.19혁명 51주년을 맞은 19일 오전 서울 수유리 4.19국립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묘지 안으로 들어오자 4월혁명 단체 회원들의 항의를 하며 국립묘지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이인수씨가 이승만 기념사업회 관계자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묘지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씨는 발길을 돌리기 전 기자들에게 나중에 부정선거를 알고 물러난 이 전 대통령과 4.19혁명에 참여한 학생들의 민주주의 정신이 같다면서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민족 화합을 위해 사과하러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민주주의의 정신과 4.19 학생들의 그 정신은 똑같습니다.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그 당시에 부정선거를 모르고 있었지만 나중에 아시고 하야를 결정하신 겁니다. 우리 민족이 뭉쳐서 나가기 위해서도 화합의 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체 회원들은 이 씨에게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회원들은 점점 모여 이 씨를 포위했고 결국 이 씨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정문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이 씨는 4.19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사과가 민족 화합 때문이라면서도 자신의 사과를 막은 4.19단체들에 대해서는 "관념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그분들이 관념에 사로잡혀서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언젠가 그분들도 크게 깨달아서 이런 장을 또 마련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4.19혁명 유공자라고 밝힌 김종서씨가 4.19국립묘지앞에서 '독재자 유가족 성역 출입 반대'가 적힌 종이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4.19단체들은 이 씨의 사과 참배는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기 위한 행동으로 진정성이 없다고 규정한 뒤, 사과의 대상은 국민 전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대열 4.19혁명공로자회 총무국장은 "먼저 사과부터 해놓고 광화문에 동상을 세워달라고 해야지 순서가 바뀐 것"이라면서 "이 순서 바뀐 것을 호도하기 위해서 오늘 4.19 51주년 기념식 이 거룩한 제삿날에 이 자리에 와서 재를 뿌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승만기념사업회측이 돌아간 뒤에도 4.19단체 회원들의 분노는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한 회원은 흥분된 목소리로 "어떻게 민주 성지인 광화문 사거리에 이승만 동상을 만드냐"고 말했고, 또 다른 회원은 "독재자 유족이 성역에 발을 들여 놓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51년 만에 4.19민주묘지를 찾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은 '사과에 진성성이 없다'는 4.19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18분 만에 돌아갔습니다.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이승만 전 대통령 양아들 이인수 씨.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뒤늦게라도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지금이냐'는 따져봐야겠죠. 4.19단체의 주장처럼 '이승만 동상'을 위한 사과라면 안 하는 게 낫습니다. 면피용 사과는 국민들을 우롱할 뿐입니다.

51년 만에 사과입니다. 쉽지 않겠죠. 이승만기념사업회측은 유족들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담긴 사과를 고민해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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