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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직접 본 김종훈의 "강 의원, 공부하라" 버럭, 씁쓸했다

어제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을 야단치는 모습이었습니다. 행정부 관료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훈계조로 꾸짖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죠.

김 본부장은 어제 오전 국회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EU FTA 비준동의안이 부결된 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말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화를 내며 "말씀 조심하라"고 소리쳤습니다.

김 본부장은 강 의원이 비준동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강 의원 공부 좀 하고 이야기하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강 의원은 발끈했습니다.

15일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공부 좀 하라고? 당신은 공부를 잘 하는 양반이 돼서 이렇게 불일치 엉망진창으로 만든 거야? 어디서 강 의원 공부 좀 하라고 이야기하고 그래? 그 따위 태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국회를 무시하는 거 아냐."

가만히 듣고 있나 싶더니 김 본부장은 갑자기 "말씀 조심하십시오!"라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상황을 보고 있던 기자들도 놀랐을 정도로 김 본부장의 고함소리는 컸고 분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즉각적으로 협정문에 있는 오류도 발견못한 본부장이 오만하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김 본부장은 아무말도 없이 회의장을 나가버렸습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김 본부장은 웃고 있더군요.

이에 앞서 진행된 외통위 법안소위에서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또 한번 몸싸움을 했습니다.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은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이 국내 산업·농어업 피해대책을 논의하던 도중 갑자기 의결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유 의원은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면서까지 비준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물리적 처리에 반대해온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기권하며 퇴장해 결국 찬성 3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한·EU FTA 비준동의안은 부결됐습니다.

몸싸움 끝에 비준안이 부결된 뒤에도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고성을 주고 받았습니다.

강 의원이 "한나라당 정부 거수기 역할하는 게 저질 국회 아니냐"고 따져묻자 최 의원은 강 의원을 향해 "뭐 때문에 여기 왔냐, 나도 여기(탁자)에 뛰어 올라 가볼까"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야의 몸싸움 끝에 한·EU FTA 비준안이 소위에서 부결됨에 따라 비준안은 부결된 상태로 외통위 전체회의에 넘겨져 재논의될 걸로 보입니다.

15일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

비준안 처리도 문제지만,또 다시 막말과 고성이 오간 국회도 큰 문제입니다. 국민들을 씁쓸하게 만드는 충돌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처럼 여야의 합의보다 물리력에 의존하지 않는 의원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특히 자신의 분을 참지 못하고 국회의원을 향해 훈계를 하는 행정부 관료를 바라보는 심정은 더욱 더 씁쓸했습니다. 행정부가 국회의원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고 있고, 무시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각 지역구 주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에게 버럭 고함을 치는 것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을 야단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류 투성이로 밝혀진 한·EU FTA 협정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김종훈 본부장은 오히려 '공부 좀 하라'며 국회의원을 야단치는 오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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