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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답답한 '국정원 침입' 수사, 국민 우롱하나

지난 16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이 아직도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합니다.

국가정보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경찰의 수사는 진척이 없습니다. 경찰이 사상 초유의 '어설픈 첩보전'을 미궁에 빠뜨리려고 수사를 하는 척만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숙소 침입 사건이 일어난 호텔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통화내역 조회 등도 할 만 하지만, 경찰은 이와 같은 강제 수사력을 검찰에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 25일 경찰은 뒤늦게 입수한 CCTV 화면 분석과 지문 감식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CCTV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개하면 다 죽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다 죽는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는 추가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입을 닫았다고 하지만, 뉘앙스를 볼 때 국정원이 관계돼 있는사건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렇게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감추려고만 하는 수사 사항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답답할 뿐입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25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박주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답답한 마음은 그대로였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어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에 대한 질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의식한듯 오늘 대정부질문에서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정부를 질타했습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오늘도 '국정원 사건'에 대한 언급이나 비판은 거의 하지 않더군요.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원세훈 국정원장은 정보업무와 관계 없는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데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국정원장이 됐다고 지적한 뒤, 국정원 쇄신을 위해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원장의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총리의 답변은 "총리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였습니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도 대통령의 업적을 위한 과잉충성이 빚은 국가망신사태라며 국가정보원을 국가망신원으로 개칭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진상을 은폐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국정원의 개혁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은 청와대를 포함한 대한민국 이명박 정권 아래서 권력 기관의 암투, 권력 기관의 과잉충성 경쟁에서 빚어진 국익을 해하는 정말 망신스런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오늘부터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국가망신원으로 개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정보원 홈페이지 (http://www.nis.go.kr/) 캡쳐화면.

이에 대해 김황식 총리는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외교 관련 얘기라서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변하자, 박 최고위원은 외교에 관계된 것이라면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가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총리도 모르고 있는 수사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국무총리가 이번 사안이 챙기지 않아도 될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체 하는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하루 속히 진실을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어설픈 첩보전을 외교 관련 얘기라서 언급할 수 없다고 회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국가적인 망신사태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요? 그냥 이렇게 '국익' '외교'를 이유로 은근 슬쩍 덮고 간다면 또다시 이런 일이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밝혀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의 '국익'과 '외교'를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이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가운데 정부는 책임자 처벌은 커녕 수사 상황과 외교 관계를 핑계로 사건 자체를 쉬쉬하는 것은 안 됩니다.

국정원이 연루된 사건을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국민을 우롱하는 일입니다. 실질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기관에서 나서야 합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 나선 박선숙 민주당 의원의 말처럼 과연 "국정원을 불러다 경찰이 조사할까요?"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수사기관과 정부의 모습이 바로 '국익'을 해치는 일입니다.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국가망신원' '흥신소' '걱정원'으로 불려서는 안 되겠죠. 제대로 된 수사로 진실을 밝혀 제발 있는 '국익'이라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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