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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이재오 장관도 대권 도전? 대선출정식 같았던 토론회

어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사단법인 푸른한국이 주최한 '청렴공정사회를 위한 권력분산 토론회'였는데요. 토론회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기조연설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상대로 '개헌 전도사'로 불리며 분권형 개헌을 주장해온 이재오 특임장관이 또 다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더군요. 이 장관은 "헌법은 시대 정신의 반영"이라면서 "시대흐름에 따라 법도 고쳐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몸집은 엄청 커지고 새로워졌는데 옷은 20년 전 낡은 옷을 입고 있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선진국으로 가려면 정치체계도 바꾸어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행 헌법이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옷이기 때문에 선진국 진입을 위한 새 옷을 입어야 한다는 비유로 개헌을 주장한 겁니다.

24일 개헌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박수하는 이재오 특임장관. 출처 : 오마이뉴스

이어 이어 이 장관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로 인해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대 정신에 맞는 혁신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년 중임제로 가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죠.

이 장관은 "5년 동안 여야가 평화공존 한 적이 있냐"면서 "적어도 혁신적인 변화, 이 시대 정신에 맞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정치개혁, 선거개혁, 정당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장관은 선진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공정사회를 이루고, 연간 300조에 이르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4일 개헌관련 토론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 출처 : 오마이뉴스

이 장관의 연설은 예상보다 짧았지만, 토론회장의 분위기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이 장관의 외곽지지 조직으로 알려진 푸른한국 소속 회원 등 이 장관 지지자 1천여명이 토론회장 좌석을 가득 메웠고, 자리를 잡지 못한 청중 500여 명은 선 채로 연설을 들었습니다. 한나라당 내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이군현 의원과 이춘식 의원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이 장관의 연설 중간 중간 "옳소"라는 추임새와 함께 손뼉을 쳤고, 몇몇 회원들은 연설을 마친 뒤 특유의 90도 인사로 답례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이 장관을 향해 "이재오"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24일 개헌관련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개헌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

그동안 이 장관의 역할을 '킹 메이커'로만 생각했었는데 어제 분위기는 '직접 '킹'에 도전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김문수 경기지사나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이미 노출된 잠룡들보다 친이계 실세인 이 장관이 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장관이 '특임장관'이라는 배지를 달고 활발한 외부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대권 행보로 볼 수도 있겠죠. 최근 개헌 논의가 이슈가 된 것도 '개헌 전도사'로 나선 이 장관의 광폭 행보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이 장관을 유력한 대권 후보로 주목하는 여론은 아직 그리 크지 않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마음이 잘 맞는 이 장관이 여차하면 친이계를 대표해 대선주자 레이스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한나라당 대선 레이스 흥행을 위해서라도 대권 도전에 나서겠죠.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비도 되고요.

24일 개헌관련 토론회 기조연설을 마치고 특유의 90도 인사를 하는 이재오 특임장관.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어제 토론회는 마치 이 장관이 대선 출정식을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제도 이 장관은 지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거듭 개헌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는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헌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앞으로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을 계속 주장하면서 지지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대선 출정식 분위기도 더 내고요. 이 장관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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