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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상급식 거부 오세훈, 저소득노인 급식 예산도 삭감

결국 서울시와 시의회와의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어제 오후 10시까지 무상급식 예산과 서울시 핵심사업 예산 등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 간의 입장만 확인한 채 돌아갔습니다. 이로써 시의회는 오늘 서울시 핵심사업 예산을 대폭 깎고 복지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또한 시의회는 오 시장이 거부했던 전면 무상급식 조례도 재의결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예견됐던 일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가 긴축 재정을 펼친다면서 자신이 공약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예산을 삭감하면서 전시성 토목 사업에는 많은 예산을 배정했었죠. 서울시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예산안이었습니다.

특히 차별 없는 밥을 먹이자는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한 것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뜻을 무시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오 시장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무시 무시한 단어까지 동원했지만, 여론은 오 시장을 외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지난주 서울의 핵심사업을 설명하면서 무상급식에 대한 거부 의사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예산 빅딜'에 합의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를 의식한듯 무상급식을 놓고 시의회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시성 토목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서울시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하겠지만, 전면 무상급식은 절대 실시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20일 한국교총 다산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공교육살리기 학부모 연합 등 보수성향의 35개 학부모·시민단체와 함께 '포퓰리즘 전면무상급식 반대'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서울시 언론과

오 시장은 "(일각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타협하는 것이 정치력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것을 정치력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서울시 핵심사업 추진과 무상급식 반대라는) 두 개의 가치는 둘 다 꼭 지켜나가야 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치의 충돌이 있다고 해서 서울시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시의 미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의 미래가 꼭 관광사업, 토목사업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서해뱃길 사업에 752억 원 한강지천 뱃길 조성에 50억 원, 한강예술섬 사업에 406억 원씩 펑펑 쓰면서 아이들 밥은 절대로 먹이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이들의 건강과 차별 없는 밥 먹이기도 서울의 미래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한 사업입니다.

무상급식 예산 뿐만이 아니라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만들면서 저소득노인 급식제공 예산도 깎았습니다. 무려 17억 원이 넘는 예산이 삭감됐죠.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저소득노인 급식 제공을 "경제 사정 등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식사를 거르는 노인에게 식사, 밑반찬 배달 등 무료급식을 제공해 저소득층 노인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는 "경로식당, 식사배달, 밑반찬배달 서비스 제공으로 사회안전망 강화하고 결식우려 노인에 대한 지방자치 단체의 책임 및 시책 강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을 올해 1백18억3천만여 원에서 1백5천만여 원으로 줄였습니다. 이 사업 예산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증가해왔지만, 내년도는 지원 대상도 줄고 예산도 삭감됐죠.

2006년 11,617명  71억여 원
2007년 12,839명  73억여 원
2008년 14,512명 101억여 원
2009년 15,310명 117억여 원
2010년 15,500명 118억여 원
2011년 13,163명 100억여 원

지난 1일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단독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예정되어 있었던 시정질문에 불출석하는 등 서울시와 시의회가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망국적 복지포퓰리즘 정책은 거부하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왜 이렇게 예산을 줄였을까? 직접 통화해 본 서울시 관계자는 긴축 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소득노인 급식제공 예산을 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저희 부서 입장에서 예산을 늘리면 좋죠, 복지인데... 하지만 내년도는 긴축 예산을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자치구마다 있는 노인복지관에서는 내년도 무료급식을 해야 하는 노인분들이 더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내년도 무료급식 대상자를 15% 정도 늘려서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필요한 서비스죠. 무료급식 받는 노인 중에는 하루에 복지관에서 주는 무료 점심 한 끼만 먹는 분들도 있어요. (만약 예산이 깎인다면?) 노인분들 울리는 일이죠."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긴축 재정이라는 이유로 저소득노인의 밥까지 뺏으려고 했습니다. 긴축 재정해야 한다고요? 그렇다면 먼저 토목, 전시성 사업 예산부터 대폭 줄여야 합니다. 이런 예산을 줄이면 아이들의 무상급식도 저소득노인 급식제공도 다 할 수 있을텐데 지금 오세훈 시정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들이 원하는 예산안을 받아들여서 아이들과 노인들의 밥을 먹이고 시정협의에도 복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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