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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시의회가 죄짓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적반하장

서울시의회가 어제 새벽 본회의를 열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예산 695억 원이 포함된 2011년도 서울시 예산안 20조5850억 원을 통과시켰습니다.

한나라당 시의원들과 교육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시의원들은 서울시 예산안과 무상급식조례 재의결안을 재적 의원 76명 중 찬성 76명으로 가결 처리했습니다.

무상급식 예산이 신설된 대신 서울시가 핵심사업으로 꼽은 서해뱃길사업비와 한강예술섬사업비, 해외미디어활용 서울홍보비 등은 전액 삭감됐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어제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예산 등 신설, 증액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죠. 또 재의결된 무상급식 조례안도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했습니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30일 새벽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재의의 건을 재석의원 76인 가운데 찬성 76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시의회가 서울시의 미래투자사업 예산을 가로막았다며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127조를 근거로 들며 시의회가 무상급식을 위해 법률규정까지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불법증액예산은 집행하지 않겠다"며 "오늘 시의회는 시장 동의 없이 무상급식 등의 비목을 신설, 증액한 2011년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끝내 처리하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동의 없이 시의회가 불법 증액, 신설한 부분은 불집행할 것입니다. (시의회가) 미래형투자사업을 가로 막아서 서울의 역사는 10년 이상 후퇴하게 됐습니다."

이 대변인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예산안 통과에 대해 시의회가 지금 자신들이 어떤 죄를 짓고 있는지도 모르고 죄를 짓고 있다는 비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오 시장은 어제 오전 기자실을 방문해서 "6개월 동안은 대화와 타협을 위한 모색의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남은 3년 6개월동안 이번 (무상급식) 사태처럼 원칙에 어긋난 일이 발생하면 단호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불법적인 예산편성이라는 서울시의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 변화가 먼저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승록 민주당 대변인은 서울시의 전시성 예산을 서민 예산으로 바꾼 예산안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오세훈 시장은 이번에 통과된 예산안을 차질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시장의 '고집'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시민들의 뜻을 반영한 무상급식 조례안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거부하더니, 시의회가 처리한 예산안까지 집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시민들을 대변해 예산안을 확정하는 곳은 시의회입니다. 서울시는 확정된 예산을 집행하기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친환경무상급식연대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서울시당,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에 항의하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서울시는 지방자치법을 들면서까지 무상급식 예산 증액을 거부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게 과연 서울시민을 위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의회와의 대화, 타협을 통해 얼마든지 풀 수 있었던 문제였죠. 그랬다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도 실시할 수 있었고, 무상급식의 길도 열렸을 겁니다.

그 열쇠는 오 시장이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무상급식을 '망국적'이라고 규정한 오 시장의 '고집'이 무상급식도, 서울시가 주장하는 핵심사업도 날려버렸습니다.

시의회가 죄를 짓고 있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죄는 대다수 유권자의 뜻을 외면한 오 시장이 짓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밥을 먹이자는 주장이 '망국적'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오 시장이 시민 앞에 죄를 짓고 있는 겁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가보면 왼쪽 상단에는 '시민이 행복한 서울을 만들겠다'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정작 시의회를 통과한 무상급식 예산 집행을 거부하며 시민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결정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법정공방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시의회와의 대화를 시도하십시오. 그게 '시민이 행복한 서울'을 만드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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