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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민 울린 우윳값 담합, 덤 없애고 가격 올리고

여러분들은 얼마나 자주 우유나 요구르트를 드시나요? 저는 아침마다 유제품을 마시고 출근하고 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어머니가 우윳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뭐, 요즘 세상에 오르지 않는 물건이 없지만 그래도 매일 마시는 제품값이 올랐다고 하니까 속상했습니다. 월급은 잘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고만 있네요.

저처럼 우윳값 때문에 속상하신 분들 많았을 겁니다. 우유가 사치품이 아니라 생필품이라서 안 마실 수도 없잖아요. 울며 겨자 먹기죠. 가격이 올라도 우유나 요구르트는 계속 마셔야 하니까요. 마트나 시장에 가면 가격 하나 하나 비교하시는 주부님들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서민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의 고충이 컸습니다.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도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이른바 'MB 물가지수' 52개 품목에 우유를 넣은 이유도 이런 이유였겠죠.

그런데 알고 보니 이렇게 우윳값이 가파르게 오른 이유가 따로 있었네요. 바로 우유업체들의 담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12개 업체에 총 18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어제 보도됐는데요. 이들 12개 업체가 자기들끼리 우윳값 인상 폭과 인상 시기를 합의했었다고 합니다.

공정위로부터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서울우유 홈페이지(http://www.seoulmilk.co.kr/) 캡쳐화면.

가격인상안을 상호 교환해서 가격 인상 여부와 인상시기, 인상률에 대해 협의하고 2008년 9월부터 우유와 발효유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한 겁니다. 업체들은 담합을 통해 우유 1리터짜리 제품값을 보면 1850~1950원에서 2180~2250원으로 일제히 올렸습니다. 인상률이 무려 11~19%.

더 놀라운 것은 이들 업체들의 담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이들 업체는 지난 1984년 이후부터 정기적 모임을 통해 이와 같은 가격 담합을 해왔다고 합니다.

당황스럽습니다. 업체 간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 형성되어야 할 우윳값이 그동안 업체들의 '짬짜미'로 결정됐다니. 수십 년 동안 속은 기분입니다.

또한 공정위는 서울우유 등 8개 업체와 낙농진흥회가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우유에 대해 농식품부의 기준가격 이하로 판매하지 않기로 담합한 것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마시는 급식 우윳값까지 업체들은 건드렸네요.

그리고 마트에서 볼 수 있었던 큰 우유에 조그마한 우유를 붙여서 파는 '덤 증정' 상품도 업체들의 담합으로 사라졌습니다. 덤 우유가 붙어 있으면 더 눈길이 갔었는데... 이것도 아쉽네요.

담합 협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남양유업 홈페이지(http://company.namyangi.com/product/prodlist/) 캡쳐화면.



물론 우윳값을 안정시킨다고 무조건 우윳값 인상을 억누르는 건 안 되겠죠. 우윳값 인상 요인이 있는데도 가격 인상을 막는 것은 우리나라 낙농업에 타격을 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체들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가격을 짠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우유업체들이 우윳값이 인상될 때마다 인상 요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만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난 9월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 부랴 부랴 9~12% 가격인하한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리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치킨업계가 소비자들로부터 원가공개, 가격인하 요구 등을 받으며 '통큰치킨'의 후폭풍을 맞고 있는데요. 우유업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민 울리는 우윳값 담합에 대해 반성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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