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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씁쓸한 치킨업계의 남탓, '커피 30배, 삼겹살 7배...'

최근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으로 불거진 치킨 가격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처음 롯데마트가 마리당 5천원짜리 '통큰치킨'을 출시했을 때는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었죠. 롯데마트가 미끼 상품인 '통큰치킨'을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고 있어서 영세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문을 닫게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래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시작할 때부터 이를 규탄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롯데마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누리꾼 사이에서도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롯데마트는 지난 16일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원하는 대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후폭풍은 치킨 업계를 향하고 있는데요. 바로 치킨 가격의 적정성 논란입니다. 롯데마트가 5천원짜리 치킨을 팔았던 마당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입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마리당 치킨 가격이 1만 5천 원을 넘으니까요. 롯데마트와 비교해보면 무려 세 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겁니다.

치킨가격 논란을 불러 일으킨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그래서 이번에는 치킨업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리고 있습니다. 가격 인하 전에는 치킨을 먹지 않겠다는 불매 운동 인터넷 카페까지 등장했죠. 롯데마트 만큼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의 치킨을 먹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후폭풍이 세지자, 그저께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원가를 공개했습니다.

1kg짜리 닭 - 4천3백원
튀김가루 - 970원
기름 - 1,000원
박스, 무, 콜라 등 제공품 - 1,180원
배달비 및 인건비 - 2,222원
임대료, 수도광열비, 감가상각비 - 3,268원

이런 부분들을 합하면 치킨 한 마리의 원가는 1만 2천 940원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각 매장에서 3,4천 원의 이윤을 붙여서 판다는 것. 그래서 1만 5천 원 전후의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고 원가가 높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얻는 이익도 800~1,300원 정도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9일 아침 롯데마트 개점 시간부터 1시간여 기다린 한 고객이 예약한 치킨을 받아가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또한 최근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 전국 영세 치킨사업자 일동'은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가격산정 논리대로 한다면, "삼겹살은 7배 폭리를 취하는 상황이고 커피는 원재료 가격보다 30배 비싸게 팔리고 있다"면서 "치킨은 원재료 가격의 6배 정도인데 왜 치킨 가격만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런 원가 공개 이후에도 톱스타 모델비와 인테리어비 등 치킨의 질과 무관한 금액을 줄여서 치킨 값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치킨업계의 주장도 받아들일 부분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소비자들을 위해 고쳐나가야겠죠.

그런데 치킨업계가 이번 사안을 갖고 삽겹살과 커피 등 다른 업종까지 거론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일입니다. 자칫하면 치킨 가격 논란이 삼겹살이나 커피 등 전 업종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롯데마트 영등포점 주변 한 동네 치킨집. 치킨 2마리에 1만9900원에 팔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유야 어찌됐든 소비자는 가격과 질을 비교하면서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통큰치킨'에 열광했고, 이번에 '통큰치킨'이 사라지자 분노하는 겁니다. 그 화살은 당연히 '통큰치킨'을 비판했던 치킨업계로 향하고 있고요.

치킨업계는 원가 공개를 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체 사이에서도 7~8천원씩 가격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치킨업계가 물귀신 작전처럼 다른 업계를 거론하면서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남탓은 도움이 안 되죠. 소비자들의 불신만 불러올 겁니다.

한번 잃은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치킨업계가 남탓보다는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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