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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상급식 TV토론 불참 오세훈, 시의회로 돌아가야

어젯밤 예정됐던 무상급식 관련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이 무산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은 토론 출연자를 문제 삼으며 토론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오 시장 측의 주장에 따르면 당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민주당 시의원의 참석을 요구했다가 여의치 않았고 이후 오세훈 시장 대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교수, 시민단체대표의 1:3 토론회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토론회가 무산됐다는 겁니다.

반면 민주당은 교수를 빼고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시민단체대표만 참여하는 2:2 토론을 요구했지만, 오 시장 측의 반대로 토론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측이 각자의 유리한 토론을 위해 토론 참여자를 조정하려다가 실패한 겁니다.

저는 토론회가 무산된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오 시장이 먼저 토론을 제안했었죠. 지난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등 교육주체들과의 무상급식 TV 공개토론을 제안했습니다. 오 시장은 공개 토론을 통해 진정한 교육방향이 무엇인지 정하고 학교안전이냐, 부자 무상급식이냐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강조했었죠.

오 시장은 "제각각 목소리 내기에 더 이상의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을 통해 진정한 교육방향이 무엇인지 정하고 가자는 것"이라며 "학교안전이냐, 부자 무상급식이냐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밝혔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 처리에 항의하며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이 17일 오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식에 참석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이에 대한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곽 교육감은 "정치적인 논쟁은 거절한다"며 공개 토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었죠.

곽 교육감의 토론 거부 의사에 대해 오 시장은 곽 교육감을 향해 '비겁하다'고 비난했습니다.
오 시장은 "최우선적인 가치라면 국민들에게 설득을 해야한다"며 "'나의 당선자체가 무상급식에 대한 동의다'라는 논리적으로 맞지않은 주장을 논거로 해서 거부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고 쏘아 붙였습니다.

이렇게 TV 토론을 둘러싸고 곽 교육감은 반대했었고, 이미 서울시의회 민주당도 당론으로 TV토론보다 시의회 정상화가 먼저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오 시장이 '처음부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정해 놓고 토론을 하겠다는 것은 토론을 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3 구도이든 2:2 구도이든 정정당당한 논리만 있다면 토론을 하고 싶은 당사자가 나와서 토론을 하는 게 맞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자신이 주장했던 토론에 불참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 처리에 항의하며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이 17일 오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식에 참석한 가운데, 서울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오세훈 시장이 직무를 거부하고 친환경무상급식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오 시장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무상급식 논란이 불거진 이후 오 시장은 아직도 시의회와의 시정협의에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대화도 타협도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신이 공약했던 준비물 없는 학교는 되고, 무상급식은 왜 안 되는지 서울시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준비물에는 '부자 준비물'이 없고, 무상급식에만 '부사 급식'이 있나는 건가요? 두 사안 모두 헌법에 규정된 의무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TV 토론 무산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오 시장의 시의회 복귀가 먼저입니다. 이 사안은 의회에서 토론해서 해결해야 됩니다. TV 토론에서, 그것도 오 시장의 입맛에 맛는 토론자를 불러 '쇼'를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심은 이미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됐고, 지금도 시민들은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원하고 있습니다. TV 토론을 고집하는 오 시장을 보면 혹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권행보' 말입니다. 시민들의 대표인 시의회와의 대화보다 TV토론을 주장하는 오 시장의 행동은 '대권행보'로 보입니다.

오 시장은 지금이라도 시의회로 돌아가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의 뜻을 받들어야 합니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이지 대권을 준비하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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