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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또 말바꾸기? 국민 불신 자초하는 군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군이 보여준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습니다. 사건 발생시각부터 시작된 말바꾸기와 감추기는 진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국민은 군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군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국제 제재도 별다른 성과없이 막을 내렸습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반미성향의 국민 30%의 문제라고 하지만, 군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은 국민 30%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군이 또 말바꾸기를 했습니다. 지난 9일 북한의 해안포가 북방한계선을 넘어오지 않았다고 합참이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북방한계선 남쪽 1~2km 쯤까지 날아왔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군에 대한 신뢰가 다시 한번 무너졌습니다. 신뢰가 생명인 군이 북한의 사격에 대한 정확한 위치 파악을 못 하고 말을 바꾸는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군의 진실 은폐와 말 바꾸기는 비단 대북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최근 발생한 군 지휘관의 사병 성추행 사건 등도 은혜 조작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죠.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라"고 피해자에게 사건 은폐를 강요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외부든 내부든 군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하면 쉬쉬하고 넘어가는 행동이 군의 고질병처럼 느껴집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자료사진).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시 해안포 사건으로 돌아와 보죠. 군은 김태영 국방장관의 '북한 사격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면 즉각 대응하겠다'는 발언을 지키기에는 부담스러워 진실을 감추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장관의 공언을 지키자면 국지전까지 각오해야 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국내여론이 나빠질 것을 염려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한 반격이 꼭 필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번 상황은 사실대로 '북의 해안포가 북방한계선을 넘어왔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어 대응하지 않았다'라고 밝히면 될 일이었습니다. 대다수의 국민은 민감한 상황에서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전쟁까지 벌이는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청와대에서도 군의 말바꾸기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국민들이 군에 대한 불신은 곧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매뉴얼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넘어왔을 때 김태영 국방장관의 공언처럼 즉각 대응을 해야 하는지, 그 대응이 북한의 해안포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경고사격을 뜻하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정부차원으로 보면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예방책은 없는지, 남북관계 긴장 완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커졌습니다. 분단 국가에 사는 아픔이 더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더 큰 불안과 아픔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 군의 말바꾸기와 감추기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군은 안보를 책임지는 군으로서 무너져내린 신뢰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합니다. 지금은 비밀주의가 용납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더 이상 오락가락하는 군, 못 믿을 군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을 진실대로 밝혀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