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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군대에서 국사교육? 주입식 편향 교육 우려된다

군대에서 이제 국사교육까지 하려나 봅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그저께 기자들과 만나 군대에서 역사교육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국사가 대학 입시 선택과목이 돼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젊은이들이 많다”며 “군 정신교육시간(매년 36주 단위)을 통해 국사 교육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수능시험에서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줄고 잇는 현실에서 역사교육을 시켜주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귀가 솔깃한 얘기입니다. 국사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교육을 하겠다는 곳이 군대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군 정신교육시간을 통해 교육을 하겠다는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군대에 다녀오신 분들은 군 정신교육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잘 아실 겁니다.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적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는 시간이었죠. 그것도 자료를 달달 외우게 했던 주입식 교육이었습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6월 2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역사교육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입식에, 편향된 교육이 우려됩니다. 특히 김태영 국방장관의 역사의식을 고려해본다면 군대에서의 역사교육은 국가간 민족간 대결과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달 보도된 김 장관의 발언을 기억하실 겁니다. 김 장관은 안보강사 대상 천안함 설명회에서 전작권 환수 연기와 관련, "국민 중에 30%는 반미적인 성향이 있어 군사주권을 남에게 주고 군대를 쓸 능력도 없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의 역사교육 발언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어 보입니다. 잘못된 역사교육 때문에 반미적인 성향이 생기니 군대에서라도 역사교육을 하자는 주장으로 들립니다.

군 관계자는 '인터넷 등에 올라온 역사 관련 동영상과 강연물 등을 교육에 다양하게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지만, 기본적인 역사교육의 방향은 주적 개념과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방일보 홈페이지(http://kookbang.dema.mil.kr/) 캡쳐화면.


군대에서 정신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국방일보만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방일보에 게제된 31주차 기본정훈의 제목은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였습니다.

그 자료에는 "우리의 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은 바로 우리와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북한"이라면서 "변화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기도, 즉 혁명전략과 군사전략,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 특히 2차에 걸친 핵실험과 또다시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대량살상무기의 치명적 위협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은 우리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물론 군대 내에서 각종 정신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역사교육은 아닙니다. 병영 문화와 짬뽕된 역사의식, 편향된 역사의식을 주입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방부가 신경써야 할 것은 역사교육이 아니라 천안함 사태로 드러난 부실한 경계태세입니다. 군대 내 사기를 저하시키는 성추행 사건들입니다. 아까운 젊은 목숨을 앗아가는 총기사고들입니다. 역사교육은 교육부와 학교에 맡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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