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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개혁하겠다던 경찰, 유흥업소 유착은 외면?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 유흥업소 업주와 잦은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혀진 경찰관 63명을 감찰 조사한 결과 6명 파면·해임, 33명 감봉·견책을 결정하고 징계를 확정 짓겠다고 그저께 밝혔습니다.

경찰의 이번 발표를 보고 63명 중의 39명에 징계를 내리고 파면·해임까지 나온 강력한 징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경찰은 업주와 어떤 비리를 저질렀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징계 사유를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징계 사유는 상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어디를 봐도 경찰과 업주의 비리, 유착관계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업무 이외의 목적을 가지고 업주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만 있었습니다. 사전 신고 이후에 업소와 통화 등 접촉을 해야 하는 지시를 어긴 것이 징계 사유였습니다.

황당했습니다. 당연히 유착 비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통화 내용을 감찰해서 국민 앞에 밝혀야 할 텐데 단지 통화 횟수로 징계를 결정한 겁니다. 감찰은 받은 A경사는 1년 동안 불법 영업 신고가 들어온 직후 집중적으로 이 업주와 통화를 했던 사실이 이미 드러나 있었습니다. 이 경찰관이 이렇게 오랫동안 업주와 통화를 한 것은 당연히 단속 정보 사전 유출과 관계가 있었겠죠. 누구나 의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서울시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경찰의 감찰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통화를 했는지 밝혀히지 않았습니다. 단속 정보가 어떻게 유출이 됐는지, 금품은 얼마나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지난 3월 감찰에 들어간 경찰이 5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부실합니다. 감찰이 필요한 몸통 부분은 그냥 두고 드러난 사실만으로 징계를 한 꼴입니다.

수사과로부터 문제의 명단을 6월 하순에 받아 감찰기간이 실제로는 한 달에 그쳤다는 것도,  수사 대상 경찰관을 한 번씩만 불러 조사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찌보면 은밀하게 이루어진 유착 비리를 밝혀내지 못한 것이 당연합니다. 경찰이 진정으로 감찰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사이버경찰청에 올라와 있는 경찰개혁 방안(http://www.police.go.kr).


지난 3월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구속된 업주 이씨와 경찰관의 유착 의혹이 드러나자 "10년간에 걸쳐 이어진 이 씨의 불법행위는 공무원의 비호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다"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경찰이 변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개혁방안은 발표했습니다. 경찰이 부패관행을 끊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개혁방안에는 감찰제도 개선을 비롯해 부적격자 퇴출, 자정활동 강화 등이 포함됐습니다.


정작 밝혀내야 할 유흥업소 유착 비리는 밝혀내지 못한 채 대량 징계로 감찰을 마무리한 경찰. 이번 감찰 조사 결과를 보면 개혁을 부르짖었던 경찰이 지금의 경찰이 맞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흥업소와의 유착비리 의혹으로 그동안 비판받던 경찰이 '환골탈태'의 기회를 날려 버렸습니다. 경찰은 감찰이 부실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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