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성접대' 받은 공무원들, 제 식구 감싸는 교과부

교육과학기술부(옛 과학기술부) 간부들이 2006~2007년 사이 산하 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기평) 간부들로부터 성접대 등 술자리 향응을 수십 번이나 받고 해외 출장 접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과기평이 교과부 간부들에게 뿌린 1년 접대비는 어마어마 했습니다. 상급기관인 교과부 간부를 상대로 1년 동안 쓴 접대비는 30여 차례에 걸쳐 5천 7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순전히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성접대를 하는 일에 쓴 돈입니다.

교과부가 과기평에 대한 평가와 예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보이려는 간부들이 접대를 한 것이겠죠. 과기평이 거짓 내역을 꾸며 차곡차곡 쌓아둔 비자금은 따져보면 국민들의 혈세인데 생각하면 너무 아깝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돈으로 술판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교과부 간부들도 하급기관으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것은 공직윤리를 어기는 일이죠.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향응을 제공했던 과기평 직원 일부만 중징계를 받고, 향응을 받은 교과부 간부들에게는 '솜방망이' 징계로 사건이 마무리 된 점입니다.

(자료사진) 청와대 행정관들이 향응을 제공받았던 유흥업소 내부모습.

(자료사진) 청와대 행정관들이 향응을 제공받았던 유흥업소 내부모습.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접대 사실을 적발해 교과부에 징계하라고 통보했지만, 교과부는 3년인 징계시효가 지났다면서 성접대 향응 등을 받은 국장의 보직만 해임했습니다. 과기평 접대 관련자들도 실무팀장 1명만 해임됐을 뿐 본부장 2명 정직 징계만 받았습니다. 과기평 실무팀장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쓴 모양새입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징계시효가 지났다고요? 성접대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네요. 마음만 먹는다면 징계시효가 남아 있는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보도를 통해 드러난 접대 연루 교과부 간부 중 일부는 승진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또 한가지 경찰의 태도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올해 총리실이 조사결과를 내놓기 전에 이미 경찰은 이 사안에 대해서 수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실무팀장만 벌금과 정직 처분을 받았죠. 이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변명은 못했을 텐데...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6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김중현 2차관의 얘기를 듣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동안 정부는 입이 아프도록 공직 기강 확립과 비리 척결을 부르짖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합니다. 지난번 논란이 된 청와대 성접대 사건과 현재 수사 중인 민간인 사찰 문제만 봐도 정부의 외침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이번에 밝혀진 교과부와 과기평의 접대 파문은 그냥 덮고 갈 문제가 아닙니다. 제 식구를 감싼다며 꼬리자르기 식으로 매듭지을 수 없습니다. 교과부는 접대에 대해 다시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정말 이것은 의지의 문제입니다.

G20 정상회의 때문에 교통질서 확립에 나선다는 정부가 설마 성접대는 그냥 넘어가려는 것은 아니겠죠. 성접대 향응 접대에 자유로운 공직문화는 그대로 두고 눈에 보이는 질서만 신경쓴다고 선진국이 되지는 않습니다.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