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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방학 맞나? 학원은 0교시 중

그저께 집에 와서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 큼지막한 전단지 하나가 문에 붙어 있더라고요. '트 광고인가' 해서 들고 들어왔습니다. 거실 바닥에 펼쳐놓고 보니 마트 광고가 아니라 학원 광고. 영어학원의 방학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벌써 방학이구나' 언제부터인가 학원 전단이 방학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죠. 방학 때만 되면 아파트 단지에는 온통 학원 홍보물로 넘쳐납니다.

'상위 4% 진입을 목표로!' '알찬 방학 특강!'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최고의 강사진, 최고의 성적!'

대체로 이런 홍보 문구가 홍보물을 장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같이 구미가 당기는 문구입니다.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학원들은 조금 더 자극적으로 조금 더 눈에 띄는 문구를 만들어 왔던 거죠.

현관문에 붙어 있던 영어학원 광고지.


 이번에 본 영어학원 홍보물에도 비슷한 문구가 반복되고 있더군요. 특히 특목고를 가기 위한 중3 학생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2012년부터 시행되는 국가영어시험까지 대비해 준다고 문장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학원 시간표. 중3 학생들을 위한 시간표였는데 0교시가 있더군요. 0교시에 'Word Test'를 본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0교시가 있는 중학교가 많지 않을 텐데... 고등학교에 대비한 시간표인가 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0교시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게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4교시가 끝나면 점심시간인데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에도 word test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7교시까지 공부를 더 해야 하는 게 홍보물에서 본 학원 수업 시간입니다. 그런데도 학원 시간표에는 0교시는 무시한 채 전체 7교시라고 돼 있더군요.

서울의 한 학원의 홍보 플래카드.


주 3일 수업이기는 하지만, 중학교 방학 때도 학원에서 0교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처럼 보입니다. 방학 때는 방학답게 아이들이 뛰어 놀았으면 좋으련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를 위해,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학생들이 안타깝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지였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바빠서 행복을 느낄 만한 시간이 없으니까요. 공부도 행복을 위해서 하는 일인 텐데 우리는 이 공부를 위해 행복을 희생하고 있네요. 더 나아가서 아이들의 학원비를 위해 등골이 휘는 부모님들도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선진국은 GDP만으로 정의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아리들이 방학 때 만큼이라도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나라가,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선진국이겠죠.

또 다시 여름방학이 시작됐네요. 바다와 산으로 놀러도 가고 못봤던 친척들도 만나는 방학, 아이들이 행복한 방학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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