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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이재오의 '지역일꾼론', '정권심판론' 이길까

오늘부터 시작된 7.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미니총선'으로 불릴 만큼 관심이 모아지는 선거죠. 여야 모두 7.28 재보선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야권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여당은 지역일꾼론으로 야권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선거 결과는 전국 8개 선거구 유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달려있겠죠.

그 중에서도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특히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권력실세라고 불리는 이재오 후보가 출마했기 때문이죠. 이 후보의 정계 복귀 여부에 따라서 정계가 요동칠 수도 있을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친이-친박 문제, 여야 문제가 실세 이 후보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 거라는 거죠.

저는 오늘 오전 최대 격전지 은평을에 출마한 이재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보고 왔습니다. 은평구의 한 교회에서 이 후보가 급식봉사에 나섰더군요. 앞치마를 두른 이 후보의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 쏟아지지만 표정은 밝았습니다.

급식봉사를 하고 있는 이재오 후보.


은평을은 이 후보에게는 (이 후보의 표현에 따르면) '정치적 고향'입니다. 이 후보가 15, 16, 17대 내리 3선을 했던 지역구죠. 18대 총선에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패한 뒤 유학길에 올랐다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돌아왔던 이 후보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셈입니다.

그릇에 반찬을 담아 음식을 나르던 이 후보는 기자들이 다가서자 작심한듯 여러 가지 얘기를 쏟아냈습니다.

새벽부터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한 이 후보는 이번 재선거가 정권심판이 아니라 지역 일꾼을 뽑는 거라며 지역을 잘 아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야권이 내세운 정권심판론과 선을 그은 겁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정권에 잘 하라는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이번 재선거는 정권 심판이 아니라 지역 일꾼을 뽑는 겁니다. 여기서 41년을 살아온 제가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지역일꾼론'을 주장하고 있는 이재오 후보.


이어 이 후보는 이번 출마는 고난의 길이지만, 꼭 당선돼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을 도와서 서민경제를 살리는 게 이 정권 하에서 제 도리가 아니겠느냐. 이 길이 고난의 길인 줄 알고 출발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 운동하겠습니다.

친이계 핵심인 이 후보는 어제 열렸던 당 전당대회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당의 선거 지원도 받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전당대회)는 은평을 선거하고 상관 없잖아요. 당에서 도와준다고 전화왔었는데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요. 날 살리려면 오지말라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선거에도 '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이 작용할 거라고 봅니다. 4대강 사업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민심이 7.28 재보선에도 투영될 겁니다. 6.2 지방선거로 정권 심판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생각이죠. 정권은 끝나는 날까지 계속 민심의 심판을 받는 겁니다.

특히 2인자,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로 불렸던 은평을 재선거에서는 '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후보가 밝힌 것처럼 이번 선거는 쉽지 않은 '고난의 길'이 될 것 같습니다.

주민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는 이재오 후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야권이 지역에 대한 공약없이 정권 심판만을 외친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은평구에 40년 넘게 살아온 이 후보가 노리는 것도 그 점이죠. 지역구 선거인 만큼 지역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친이 실세인 이 후보가 '지역일꾼론'으로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선거 결과는 투표권을 갖고 있는 은평을 주민들에게 달려있습니다.

급식 봉사를 마친 이 후보는 남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에도 선거유세 없이 지역을 돌며 낮은 자세로 주민들을 만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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