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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시청자 위해 종편 황금채널? '나꼼수'도 채널주자

종합편성채널 4개가 다음달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취재현장에서도 '조중동' 카메라가 자주 보이더군요.

아직까지 어떤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이 나올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존 지상파 방송보다 더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과 더 보수적인 보도 논조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미디어환경이 더욱 더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죠. 이 점 때문에 언론노조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종편에 비판적이었습니다. 정부의 특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도를 보니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더군요. 이른바 '황금채널'(지상파 채널과 가까운 채널)을 종편에게 주고 전국 어디서나 이 채널로 방송을 보게 한다고 합니다. 어느 지역에서나 15, 16, 17, 18번을 누르면 종편이 나온다는 거죠. 종편과 채널을 편성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채널 부여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합니다.

만약 이 채널이 확정된다면 종편의 영향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지상파 채널과 가까울 뿐더러 종편 4개 채널이 연달아 이어진다면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출처 : 오마이뉴스


문제는 이와 같은 채널 배정에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사실. 지난달 30일 최 위원장이 씨앤앰과 티브로드 등 4개 에스오 사장단을 방통위 청사에서 만나 "종편과 에스오들이 채널협상 과정에서 서로들 이기적으로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데, 그러지 말고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종편과 SO가 채널 배정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이던 민감한 때였습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SO 관계자들에게는 압력으로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 최 위원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부겸 민주당 의원의 '종편에 대한 채널 특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할 수 있냐'는 물음에  '(지상파 인접 채널 부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방통위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SO의 채널 편성을 간섭할 권한이 없는 상황인데도 최 위원장은 '행정지도'를 통해 이를 밀어부치겠다는 겁니다. 그 이유로 최 위원장은 '시청자의 편익을 위해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청자의 편익을 위해서'라고요? 글쎄요. 제 눈에는 특혜로 보입니다. '종편 살리기' '종편 키우기'로 느껴집니다.

'나꼼수' 서울콘서트. 출처 : 오마이뉴스


그토록 시장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왜 종편에만 '황금채널' 부여 등의 특혜를 줍니까.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더군다나 다른 케이블 프로그램 공급 사업자들은 종편에 떠밀려 뒷번호로 밀리거나 아예 케이블 채널에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것도 현 정권에 우호적인 종편 사업자들에게 '황금채널'을 준다면 누가 봐도 권언유착입니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편익을 위하고 싶다면 '나는 꼼수다'나 '이해찬의 정석정치'를 케이블 방송에 틀어주면 어떨까요. 종편 사이 채널에 말입니다.  

보수적인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보다 진보적인 목소리를 같이 전하는 게 시청자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겁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채 방통위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종편 채널 부여 논란. '공정 사회'는 말장난이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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