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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기

슈렉과 함께 사진을? 환상적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민박집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구경하는 날.

10시부터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서 최대한 서둘러 나왔다. 놀이공원에 놀러가는 아이마냥 신났다. 파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하늘, 상쾌한 공기, 기분 좋은 바람. 날씨도 놀이공원 놀러가기에 딱이다.

대중교통을 여러 번 탈 것 같아서 세 식구 모두 1일 패스를 끊었다. 많이 탈 수록 이익이다. 먼저 버스를 타고 할리우드 거리 쪽으로 향했다. 상업지역이 아니라서 그런가. 월요일인데도 도로는 한산했다.

헐리우드 거리 모습.



헐리우드 바인 역의 영사기.


아늑한 역 실내.


헐리우드 거리에서 내렸다. 헐리우드 거리답게 여기 저기 극장이 보인다. 나중에 헐리우드 구경을 하기로 하고 바인(vine)이라고 쓰인 역으로 내려갔다. 헐리우드 거리에 있는 역답게 분위기가 달랐다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복도 벽에는 각종 그림이 박혀 있었고, 표를 대고 들어가면 바로 오래된 영사기가 놓여 있다.
 

승강장 천장은 동그란 필름케이스로 채워졌고, 지하철이 들어오는 벽은 필름 모양으로 장식돼 있었다. 미국 지하철은 지저분하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LA는 생각보다 역안과 지하철 모두 깨끗하고 쾌적했다.

필름을 배경으로 들어오는 지하철.


야자수 장식의 여거 실내.

필름통이 천장 장식.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나 보다. 우리가 내리는 '유니버셜시티'역에서 거의 모든 승객이 내린다. 역 밖으로 나와 길을 건너 유니버셜 시티까지 가는 무료셔틀을 탔다. 입석은 안 된다고 해서 몇 대나 그냥 보냈다. 언덕 하나 올라가는 것 뿐인데도 안전을 생각한다.

셔틀을 타는 사람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상징물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 촬영 스텝들의 동상이 방문객들을 맞이했고, 그 뒤에는 각종 영화와 만화 주인공들이 열심히 기념촬영에 응해주고 있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상징물 앞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


우리는 먼저 슈렉 4D 상영관을 찾았다. 처음 본 4D는 대단했다. 슈렉 말을 타고 달릴 대는 의자가 흔들렸고 덩키가 재채기를 할 때는 어디선가 물이 나와 우리의 얼굴을 적셨다. 특히 피오나 공주를 구하는 멋진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유니버셜 시티 방문객들을 위해 15분 짜리 만화영화를 다시 만든 것 같았다.

기념촬영하는 사람들.



감동을 간직한 채 밖으로 나오니 놀랍게도 바로 눈 앞에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서 있다. 물론 캐릭터 분장이었지만, 정말 감쪽같았다. 마치 만화영화에서 튀어나온 슈렉과 사진을 찍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열광하며 긴 줄을 만들었다.

줄을 서려고 했더니 내 앞 사람까지만 받고 쉬었다가 나중에 다시 한단다. 슈렉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유니버셜 스튜디오 투어차량을 타는 곳으로 향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투어는 유니버셜 시티 관람의 백미다. 그 말은 곧 오랜 기다림을 뜻하기도 한다. 공원 안에 사람이 많이 없다고 했더니 다 여기 와 있었나 보다. 40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차량에 올라탔다. 기차처럼 연결된 차량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면서 세트장 쪽으로 내려갔다.

백 투 더 퓨처, 죠스 등 영화와 많은 드라마, CF 등이 실내, 야외 세트장에서 만들어졌고지금도 제작 중이라고 했다. 특히 내 관심을 끈 것은 바로 미드 '위기의 주부들'의 세트장. 한참 열심히 봤던 드라마가 이곳에서 제작됐다. 차량은 정말 이 드라마 주인공들의 집이 있는 거리를 달렸다. 우와, 진짜 감쪽같았다. 드라마 속 근사한 거리와 집이 그냥 세트였다니. 최고의 스릴을 느끼게 해준 킹콩 3D도 감동이었다.



스튜디오 관람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다음 어머니와 동생은 슈렉과 기어이 기념촬영을 성공하고야 말았다.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슈렉의 얼굴이 너무나 실감이 난 나머지 무섭기까지 했단다.

마지막으로는 영화 '워터월드'의 쇼를 봤다. 그냥 영화를 카피한 쇼라고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였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실사로 보는 기분이었다. 거대한 스케일, 진짜 비행기 모형이 날아오고, 불꽃이 튀기고 폭발이 일어났다. 배우들의 열연도 대단했다. 10여 미터 높이에서 그대로 물 속으로 떨어지는 등 몸을 던지는 액션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내 여동생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입구에서 만난 잘생긴 남자 주인공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그냥 애들 노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관람. 애들은 위한 곳만은 아니었다. 어른들도 아이처럼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무게잡기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는 재미없을 수도 있다.

1일 패스를 손에 쥔 이상 그냥 숙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헐리우드 거리로 넘어갔다. 거리 양쪽으로 극장이 들어서 있었다. 슈렉 뮤지컬을 한다는 배너가 가로등마다 걸렸고, 영화 캐릭터 복장을 한 사람들과 멋진 모습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사람들의 기분을 'UP'시켰다. 길 바닥에는 영화배우들과 가수의 이름이 담긴 별이 깔려 있었다. 정말 별들의 거리다. 혹시 한국 배우가 있나 해서 잠시 바닥을 관찰하며 걸었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한 오래된 극장 앞에는 스타들의 손과 발이 그대로 담긴 시멘트 바닥이 있었다.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시멘트 바닥을 하나씩 보며 어떤 스타의 손과 발인지 확인하고 있었다. 유명한 남자 배우 톰 행크스의 손과 발 모양도 있어서 대봤더니 손은 내가 더 작았지만, 운동화를 신어서 그런지 발은 내가 더 컸다.




한 쇼핑몰 너머로 보이는 헐리우드의 상징물 'HOLLYWOOD' 글자를 카메라로 찍은 뒤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늦은 오후가 되자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시작한다. 피곤한 몸은 빨리 집에 가서 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아쉬운 마음은 다운타운을 둘러보라고 소리쳤다.

결국 1인 패스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으로 내려갔다. 화려한 모습을 기대했건만 LA 다운타운은 예상을 빗나간 모습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건물도 있어지만, 낡은 건물이 더 많았다. 거리에는 초라한 행색의 사람들만 보였다. 새로운 상권은 로데오 거리 쪽으로 다 옮겨간 것 같았다.


다운타운에서 밤을 맞기가 두려워졌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가는 게 나아 보였다. 다행히 다운타운에서 민박집으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편하게 돌아왔다.

이제 내일이면 패키지 여행을 떠난다. 그랜드 캐년 등 3대 캐년과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 등을 둘러보는 5박 6일 일정이다. 일찍 자야 낼 일찍 짐을 챙기고 나갈 수 있겠지. 오늘 밤 꿈에는 왠지 슈렉이 나올 것만 같다. 아니면 '위기의 주부들'의 주인공들이 나오거나...